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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 군 기강도 세우고 가혹행위도 없애려면?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최전방에 근무하는 육군 소대장이 부하 병사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지난 23일 알려지면서 병영 내 가혹행위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까지 윤일병 사건 등 병사간 가혹행위가 논란의 중심이었다면 이번 사건은 장교가 가혹행위의 주범이라는 점이 달라진 점이다.

이번 사건을 장교가 부하 병사에게 가한 첫 가혹행위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병사간 가혹행위가 사건의 중심이 되던 시대에서 장교 가혹행위가 사건의 중심이 되는 시대로 옮겨가는 과도기의 한 단면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왜 장교가 직접 부하 병사에게 가혹행위를 했을까.

장교가 부하 병사에게 가혹행위를 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있었다. 병사간 기강이 엄혹했기 때문에 장교가 따로 나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병사간 가혹행위가 점점 심해져 다양한 사건과 사고가 발생하자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군 당국이 구타 및 가혹행위 근절대책을 내놓기 시작한다.

구타나 가혹행위를 한 선임병은 군기교육대나 영창에 보내 구타나 가혹행위를 근절하고자 했다.

이런 대책으로 군 병영 내 구타 및 가혹행위는 상당히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사진>로마 군인이 나오는 영화의 한 장면

그러나 구타와 가혹행위는 점점 더 은밀한 방법으로 자행되었고, 음지로 숨어든 가혹행위의 강도는 더욱 심해졌다.

가해자는 적발되기만 하면 영창으로 보내지는 현실에 피해자를 더욱 옥죄었고, 피해자는 끙끙 앓다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뒤 큰 상처를 입거나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표면적으로는 괜찮은 것 같던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 군 병영내 구타와 가혹행위 사건은 한 번 터졌다 하면 대형 사건으로 비화됐다.

이에 맞서 군 당국은 구타와 가혹행위 근절을 위해 더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놨다.

현재 분대장 외에는 병사 상호간에 ‘지시’를 할 수 없고, 구타나 가혹행위 역시 상부 허락을 얻은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행해질 수 있다.

병사간 가혹행위가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

이러한 군 당국의 구타 및 가혹행위 근절대책은 상당히 효과적인 것으로 보여지긴 했다. 그러나 그런 대책이 몰고올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병사간의 군 기강을 잡는 행위가 모두 금지되면서 병사들의 기강이 점차 느슨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때 병사들 중에서도 상병과 이병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면, 지금은 비슷한 여건에 처한 동료에 가깝다는 게 현재 군 복무자들의 전언이다.

혈기 왕성한 20대 수십만명으로 이뤄진 군의 병사간 기강이 느슨해지다보니 결국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군 장교들의 개입이 많아진다고 군 관계자는 전한다.

예전에는 병장, 상병 선에서 끝날 군 기강 책임이 소대장 등 장교들의 임무로 올라왔다는 얘기다.

그 때문에 장교 가혹행위 신고 접수 사례는 앞으로 당분간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군 관계자는 전망했다.

병사간 구타 및 가혹행위를 막으려다 보니 병사간 기강이 점차 느슨해지고, 구타 및 가혹행위가 거의 금지된 상황에서 느슨해진 기강을 다시 잡으려다 보니 장교가 개입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장교의 구타 및 가혹행위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관련 규율이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명문화되는 과정이 향후 전개될 것으로 군 관계자는 전망한다.

지금 군 당국자들의 화두는 ‘구타 및 가혹행위를 근절하면서 군 기강을 잡을 수 있는 방안의 마련’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 어떤 군 당국자도 가혹행위를 근절하면서 군 기강을 확실히 잡을 수 있는 묘안을 제시하진 못한 상태다.

과연 어떻게 해야 군 기강을 세우면서 구타 및 가혹행위를 근절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아마도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현재까지 내려온 동서고금을 막론한 군인들의 공통된 화두일 것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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