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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앤데이터] 친박이 아니면 단두대로(?)...정진석의 선택은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진영논리는 오랜 시간 새누리당을 지배해 온 고질병이다. 파리 콩코드 광장에 설치됐던 단두대처럼 새누리당 중심에 도사리고 있는 계파의 잣대는 당내 주요 인물들을 늘 배신과 소신의 심판대로 불러냈다. 지난 2008년과 2012년 각각 친이(親이명박)계, 친박(親박근혜)계가 자행했던 ‘(공천) 학살’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다. 당장 19대 국회 말미에만 김무성, 유승민, 정의화, 정진석 등 총 4명의 거물이 이 처형대 위에 올랐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심문은 같았다. “왜 우리를 배신했느냐”. 누군가는 살아남았지만 대부분은 형 집행을 피할 수 없었다. 친박의 칼날을 그토록 날카로웠다.

그러나 지난 17일 ‘친박계의 자폭테러(상임전국위원회ㆍ전국위원회 무산 당시 장내에서 실제 언급된 발언)’로 인한 정진석 원내대표의 부상은 다소 의아했다. 이미 13명의 원내부대표단 대부분을 친박계 인사로 채우며 당 주류와의 밀월을 암시했던 그다. 정 원내대표의 선친인 정석모 전 내무부 장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 내각에서 활동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그의 한나라당 입당 당시 “당과 나라를 위한 큰 인재를 얻었다”는 개인 논평을 내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가 총선 참패 수습과 당 쇄신을 위해 비박계 인사들을 비상대책위원회ㆍ혁신위원회에 전진배치하기는 했지만, 이처럼 잔인한 심판이 벌어지지는 않으리라 정치권이 예상했던 이유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결국 자명해진 사실은 두 가지다. 새누리당의 70%를 점령(20대 총선 당선자 122명 중 80여명, 보도 취합)한 친박계가 분당을 불사할 정도로 ‘대오이탈 및 레임덕 방지’에 엄격하게 나서고 있다는 것. 그리고 정 원내대표가 배신과 소신의 저울 접시 중 어느 한 쪽에 무게추를 올릴 때가 됐다는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지 단 35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단 15일이 지난 그에게는 어려운 선택이다. 만일 친박계의 요구를 전면 수용한다면 당내 입지는 다질 수 있겠지만, 되레 국민의 심판은 피할 수 없다. 정치적 큰 꿈은 끝이다. 정면돌파를 택할 경우에는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한다’는 골수 지지자들의 성토와 피바람을 온몸으로 받아야 한다.

고립무원 처지인 정 원내대표는 깊은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부서져 내릴듯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지키던 그는 전국위 무산 직후 국회를 떠나 약 30시간째 말이 없다. 일부 비박계 의원이 “당선자 총회를 열고 당의 상황을 국민께 밝히자”고 했지만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 그를 향해 쏟아지는 친박계의 공격도 주먹만 한 우박처럼 아프다. 친박계 핵심중진인 홍문종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어제 사태는) 정진석 리더십에 대한 당원들의 거부”라며 그의 종말을 예고했다. 선택은 오롯이 정 원내대표의 몫이다. 그에 따라 새누리당의 운명이 요동칠 터다. “(내 혁신안이) 당 재창조와 정권 재창출의 출발선이 될 것”이라던 그의 일성이 다시 떠오르는 이유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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