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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 북한과 싸우는 아이언맨과 배트맨?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아이언맨과 배트맨이 북한과 싸우는 시대가 과연 올 것인가.

북한의 끝없는 도발 국면 속에 현대차그룹이 개발해 지난 13일 공개한 웨어러블 로봇인 일명 ‘아이언맨 슈트’가 주목받고 있다. 

14일에는 현대차그룹의 최첨단 차량무기 개발소식이 추가로 알려졌다. 아이언맨이 북한 핵무기시설을 초토화하고, 배트맨이 배트카 텀블러를 타고 평양 시내를 달리며 주석궁에 은거한 북한 수뇌부를 일망타진하는 그날이 과연 올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0%다. 지금까지 개발된 웨어러블 슈트는 날기는 커녕 빨리 뛰지도 못한다. 또 아무리 그 유명한 배트카 텀블러라 해도 평양까지 가는 험악한 도로 사정 때문에 배트맨은 고려항공을 더 선호할 거 같다.


현재 알려진 웨어러블 로봇과 차량무기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위아,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현대다이모스 등은 웨어러블 로봇과 신형 차량무기 등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13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처음 공개한 아이언맨 슈트 실물은 웨어러블 로봇의 초보 단계로 평가된다.

날기는 커녕 뛸 수도 없고, 걷는 속력은 시속 6㎞에 불과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걸을 수 있고, 계단과 경사면을 천천히 올라갈 수 있다는 것 외엔 쌀 반 가마니 무게를 조금 넘는 정도(50㎏)의 짐을 들 수 있다는 정도다. 

수십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쌀 반 가마니 옮기기 정도 외엔 없는 셈이다.

북한은 지금 핵탄두 소형화 기술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 등 군사 선진국들 외엔 거의 모든 나라들이 보유하지 못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과 미국의 정보당국이 북한의 이런 기술에 대해 ”기술 개발에 완전히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진전된 수준“이라는 평가마저 받고 있다.

전쟁의 승패를 단 한 순간에 바꿀 수 있는 전략무기 개발에 매진하는 북한과 달리 한국 방산업체들은 여전히 전차와 전술차량 등 재래식 전력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상당히 이질적인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이른바 ‘아이언맨 슈트’는 공장 작업용, 국방용, 장애인 보조용 등 3가지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비용과 속도가 중요한 공장 작업에서 시속 6㎞로 걷는 수백만원 내지 수천원짜리 로봇을 과연 누가 쓸 지 의문이다. 역시 긴박한 상황에서 순발력 있게 대처해야 하는 군사적 실제 상황에서 이런 로봇을 쓸 가능성 또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장 현실적 용도로 장애인용 보조 로봇으로의 활용 가능성이 있지만 이 또한 비용이 문제다. 과연 어떤 이가 거금을 들여 이 장비를 사려 할까.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현실적으로 유용한 아이언맨 슈트에 한 발짝 가까이 우리 기술로 다가서고 있다는 정도일 것이다. 또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이 모두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어 우리 역시 뒤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그나마 심리적으로 위안이 될 것이다.

전 세계가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는 뭘까. 군사용 목적이라기보다는 생활 보조수단으로서의 기능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실용화된 웨어러블 로봇에 관심을 보이고 실제 착용에 나설 경우 수조원대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된다. 개발자들에게 웨어러블 로봇은 ‘아이언맨 슈트’가 아니라 ‘애플 와치’나 ‘세그웨이’의 확장형이 아닐까. soohan@heraldcorp.com


사진 제공=현대차그룹이 지난 13일 공개한 웨어러블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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