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통계청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 2003년 77.9%에 달했던 평균소비성향이 지난해 71.9%로 6%포인트 떨어지면서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가구주의 나이가 50대 이상인 경우 평균 하락폭 이상으로 소비성향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소비성향은 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얼마 만큼을 소비로 지출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전체 소득에서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액의 비중을 의미한다. 평균소비성향과 가계저축률을 합하면 100%가 된다.
가구주 연령별 평균소비성향 추이를 보면 20대의 경우 2003년~2015년 사이 소비성향이 75%에서 73%로 2%포인트 줄어 감소폭이 가장 적었다. 30대는 76%에서 73%로 3%포이트, 40대는 80%에서 75%로 5%포인트 감소해 나이가 많을수록 감소폭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40대 이하의 소비성향 감소폭이 전체 평균 감소폭을 밑돌아 상대적으로 소비가 적게 위축됐다.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감소폭이 대폭 확대됐다. 50대의 소비성향은 같은 기간 75%에서 68%로 7%포인트, 60대는 78%에서 68%로 10%포인트 감소했고, 70대의 소비성향은 94%에서 72%로 무려 22%포인트나 감소해 소비성향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처럼 나이가 들수록 소비성향이 크게 감소한 것은 지난 10여년 사이에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 반면 노후대비가 부족해 저축을 늘리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비성향 감소로 경제전체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KDI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모의실험 결과 기대수명의 증가는 단기적으로 저축률을 상승시키고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으로 오히려 소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KDI는 경제주체들이 단기적으로 은퇴 후 생존기간이 연장될 것에 대비해 저축을 증가시킨다며, 기대수명의 변화가 없는 시나리오에 비해 저축률이 0.3%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저축의 증가는 소비감소를 의미하지만, 은퇴 이전의 경제주체들이 노동공급 확대를 통해 소비의 일부를 보전하게 돼 소비의 감소폭은 저축의 증가폭보다 작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장기적으로는 저축률 상승으로 더 많은 양의 자본이 축적되고 은퇴 이전 경제주체들의 노동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높아져 소비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KDI는 분석했다. 2000년 이후 기대수명 증가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우리 경제의 저축률이 2015년을 기준으로 3.5%포인트 높아진 가운데 경제성장률도 0.4%포인트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미국의 투자은행(IB)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도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중장기적으로 고령화 등의 인구구조 변화로 아시아 신흥국들과 같이 소비비중이 커질 전망이라며 가계부채의 해소여부가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BofAML은 단기적으로는 수출 감소에도 불구 내수가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수행했으나, 경제주체의 심리가 약화되면서 당분간 소비와 투자 모멘텀이 확대될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저금리와 가계신용 증가, 주택경기 호조, 자동차 등 내구재에 대한 한시적인 소비세 인하 등이 작년 하반기 소비 반등을 이끌었으나 올 들어선 성장세 저하 등으로 소비심리가 약화됐다.
BofAML은 중장기적으론 고령화 진행과 베이비부머 은퇴세대의 지출 증가 등으로 소비가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의 사례처럼 한국도 은퇴한 세대가 자산을 대부분 소비에 지출하면서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비비중이 높아질 전망이지만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 문제의 해소 여부가 소비비중 증가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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