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역→ 한국行 공급처만 최소 100곳, 거래량도 상당해
-‘중국 전경련’회장 된 마윈, “기업가 책임감 필수”…말 뿐?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 “239명 사망.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제품으로 인한 사망자 103명”
최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집계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529명 가운데 ‘사망자’만 추린 수치입니다. 옥시는 중심에 있습니다. 사람 죽인 물건을 파는 것 자체가 상식과 도의에 어긋났습니다. 옥시 제품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한창인 이유입니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몰 티몬ㆍ쿠팡 등도 판매를 멈췄습니다.사실상 옥시가 만든 모든 제품이 시장서 퇴출되고 있습니다.
마윈, 타오바오 로고 |
그러나 이 철퇴를 피하고 있는 ‘시장’이 있습니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C2C(소비자간 거래) 플랫폼 ‘타오바오(淘寶)’입니다. 한국산 옥시 제품은 타오바오를 통해 중국서 우회수입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모든 상품은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정한 불매대상 125개 옥시 제품에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 물건은 사실상 중국 전역에서 국내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거래량도 상당합니다.
알리바바를 세운 마윈(52) 회장은 개인자산 27조2100억원(233억달러)을 쥔 대륙 2위 부호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늘 강조하는 인물입니다.
▶대륙서 배송되는 ‘한국산 옥시’ 살펴보니=기자는 12∼13일 이틀 간 타오바오에서 팔고 있는 국산 옥시제품 등 ‘살균제’류 상품을 전수조사 했습니다. 특히 중국서 한국으로 배송되고 있는 물품에 주목했습니다.
우선 “OXY 살균 (옥시殺菌)”ㆍ“한국 옥시(韓國奧西)”를 검색해봤습니다. 온라인으로 제품 주문을 받는 공급처 100개가 떴습니다. 이들은 13일 현재 옥시 제품 274건을 거래하고 있었습니다.
타오바오(한국) 검색창에서 “OXY 살균 (옥시殺菌)”을 입력한 결과. 이 키워드와 “한국 옥시(韓國奧西)”를 입력하면 중국서 배송되는 옥시제품이 나온다. 옥시크린ㆍ옥시싹싹ㆍ냄새먹는 하마 등 다양하다 |
이들 상품은 한국서 주문하면 대륙에서 소포 등을 통해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최초 배송지가 중국이란 뜻입니다.
세부 지역을 살펴봤습니다. 광둥ㆍ랴오닝ㆍ산둥ㆍ저장ㆍ지린ㆍ허베이ㆍ헤이룽장ㆍ후베이 등 전국 8개 성(省) 14개 도시와 직할시인 상하이에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사실상 중국 전역에서 한국산 옥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가운데 산둥ㆍ랴오닝ㆍ지린 옌볜 조선족 자치주 등 한국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자리한 공급처가 77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물론 최종 배송지는 한국에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캐나다, 호주 등 다른 나라도 선택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사이트 이용자들은 ‘한국’을 가장 먼저 고를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한국제품과 비슷한 가격에 99건 거래된국산 옥시크린 1000g 제품.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서 수입되고 있다. |
한국 내 거래 제품 (8300원)보다 싸게 팔리고 있는 옥시크린 900g제품. 최초 배송지는 랴오닝 성 선양이다. |
제품 대부분은 ‘옥시크린’이었습니다. 100개 중 72개 공급처가 우리나라에 팔고 있습니다.
국적이 불분명한 업자들이 내놓은 가격은 한국 일부에서 여전히 팔고 있는 옥시크린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더 싼 곳도 있었는데요. 국내서 8300원에 내놓은 옥시크린 900g들이 제품을 랴오닝 성 선양의 한 판매처는 6430원(36위안)에 팔고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많이 보인 제품은 ‘옥시크린 오투액션’이었습니다. 15개 공급처가 평균 1만600원(59.4위안)에 내놓고 있습니다.
타오바오에서 “한국살균제(韓國殺菌劑)”로 찾아도 결과는 비슷합니다. 5760개 공급처 중 상위 600개를 보니 산도깨비에서 만든 ‘세탁조 크리너’가 1페이지 당 10개 이상씩 나왔습니다.
옥시 제품을 파는 곳은 최소 10곳이었습니다. ‘냄새먹는 하마’ㆍ‘물먹는 하마’ㆍ‘옥시싹싹’ 등이 할안 된 값으로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역시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와 칭다오, 그리고 지린성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서 오는 물건이었습니다.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배송되고 있는 냄새먹는 하마. 25건이 거래됐다. |
▶ ‘중국판 전경련 회장’ 된 마윈, 한국 소비자 향한 책임감은…=물론,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국내 옥시 불매운동에서 중국발(發) 우회수입 물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타오바오에서 한국산 옥시를 파는 업자를 일일이 단속하며 공급 중단을 권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타오바오 등 마윈이 세운 알리바바의 ‘기둥뿌리’들 모두는 창업자의 강한 책임의식이 깃든 결과란 점입니다.
마 회장은 1999년 알리바바를 창업한 후 틈만 나면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왔습니다. 지난해 5월 한국에 왔을 때도 “기업이 30년 이상 생존하려면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죠.
1년여가 지난 현재 그는 중국기업가클럽 주석 자리에 올랐습니다. 일종의 ‘대륙판 전경련’ 회장인 셈입니다. 지난 8일 이 단체 주석직을 맡은 자리에서도 마 회장은 “(내 중대한 결정들은) 돈과 전혀 관계 없다. 도덕과 가치관의 문제다. 기업가들의 책임감은 필수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고 부자는 가장 큰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 덧붙였죠.
그럼 마 회장은 한국 소비자들에겐 얼마나 ‘사회적 책임’을 지고있을까요. 닐슨 글로벌 홈클리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내 소비자 10명 중 4명이 온라인에서 홈클리닝 제품(살균ㆍ세정ㆍ표백제 등)을 샀습니다. 온라인을 통한 구매경험률은 인도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타오바오를 ‘자주 이용하는 해외직구 온라인몰’ 10위에 올려놨습니다. 2014년 기준입니다. 지난 2년 간 타오바오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한국 사용자들의 이용빈도는 더 올라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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