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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 흑표전차 100대 추가 전력화 논란된 까닭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국방부가 12일 올해 안에 K-2 흑표전차 100대를 추가로 실전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혀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흑표전차의 대당 가격은 약 80억원. 육군은 원래 200대의 흑표전차를 전력화하기로 해 현재 100대의 흑표전차가 생산됐고 추가로 106대가 양산 단계에 들어가 생산되고 있다. 전차 200여대 생산에 약 1조6000여억원이 투입된 셈이다.

1차 100대분에는 전차의 핵심장비인 파워팩(엔진+변속기)이 독일 수입제품이 장착됐고, 2차분에는 국산 파워팩이 장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방부가 12일 추가로 100대를 전력화하기로 밝힌 것. 다시 8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이로써 우리 군이 보유한 흑표전차는 약 300여대가 된다.



국방부의 발표가 갑작스런 이유는 지난 3월 30일 국방부가 발표한 5년 단위의 국방중기계획(2017~2021)에 흑표전차 추가 전력화 내용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약 8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이 대규모 사업은 지난 3월 발표된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은 12일 확인됐다. 그러나 당시 계획을 발표할 때 흑표전차 부분은 빠져 있었다.

군 고위 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발표된 국방중기계획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킬체인(도발원점 선제타격체계)과 KAMD(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수립됐다”며 “킬체인과 KAMD 설명에 치중하다 보니 흑표전차 관련 내용이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군, 국방중기계획 발표에서 흑표전차 왜 빠뜨렸나=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역시 고심 끝에 수천억원이 드는 흑표전차 추가 전력화를 결정했겠지만, 그 과정에서 뭔가를 숨기는 듯한 군 당국의 태도가 의혹의 불씨를 지핀 격이다.

이날 오전 열린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도 석연찮은 장면이 여러 번 포착됐다.

합참 관계자는 “해당 소요군에서 (흑표전차에 대한) 소요 제기가 있었고, 합참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전력증강계획에 따라 결정했다”며 “육군의 구형 M계열 전차 도태와 연계해 K-2 전차 등의 기동전력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2 흑표전차 추가 실전배치 여부가 언제 결정되느냐는 질문에 합참 관계자가 “지금 국방부에서 소요에 대한 검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대변인은 “지금 현재 전력증강 계획에 의해서 금년부터 전력화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육군은 지난 2014년 K-2 흑표전차 300여대의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합참은 예산 문제 등을 고려해 200여대를 우선 전력화하기로 한 바 있다.

군이 흑표전차 추가 전력화를 결정한 배경에는 북한 인민군이 신형 전차를 잇따라 전력화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2005년부터 ‘선군호’와 ‘천마호’ 등 900여대의 신형 전차를 최전방 부대에 배치했다. 현재 북한군이 보유한 전차는 약 4500대로, 우리 군의 2배에 가까운 규모다. 그러나 노후화된 전차가 많아 절대량에서는 우세하나 실제 전투능력 면에서는 우리 군에 뒤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핵, 미사일에 집중투자 vs. 남한은 재래식 전차에 8000억원=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 미래전을 대비한 비대칭 전력 강화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군이 전차 등 재래식 전력 증강에 수천억원을 배정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일고 있다.

육군은 전면전이 발발하면 지상전 위주의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원래 흑표전차 600여대 배치를 주장했지만, 미래전에서 전차의 필요성이 낮게 평가돼 200여대로 물량이 깎인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추가 전력화가 발표되니 의혹이 증폭되는 것이다.

벌써 일각에서는 K-2 흑표전차 추가 전력화 계획에 방산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K-2 흑표전차 추가 전력화 여부는 8부 능선에 오른 상태다. 올해 하반기 사업 타당성 조사, 기획재정부와의 예산 협의 등의 2개 고개를 남겨두고 있다.

K-2 흑표전차는 우리 군이 개발한 최신예 전차로 수심 4m의 강물 속을 잠수해서 빠르게 건널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흑표전차의 실전 배치 전까지는 우리 전차가 강을 건너려면 강에 부교를 설치해야 했고, 이에 따라 강 너머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져 적의 기습을 받기 쉬웠다. 그러나 흑표전차는 강 기슭에 도달한 즉시 물 속으로 잠수하며 도하해 강 건너 적을 제압하고 뒤따라 강을 건너는 우리 군 전차와 장갑차 등을 엄호하는 등 육군의 작전 환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500마력의 파워팩으로 시속 70㎞까지 달릴 수 있으며 120㎜ 활강포와 기관총을 탑재하고 있어 전방 직선거리 200m 반경까지 초토화할 수 있다.

soohan@heraldcorp.com

<사진>K-2 흑표전차가 강을 건너고 있다.[사진제공=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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