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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 ‘줄줄이 하자’ 명품 국산무기 어떤게 있나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KUH-1)에서 기체 프레임에 균열이 생기고 방풍유리가 깨지는 하자가 발생하면서 또 다시 국민들 사이에 국산 무기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군 당국이 수천억원을 들여 개발한 국산 무기들은 최근까지 도처에서 성능에 하자를 보이거나 이상 징후를 보여왔다.

이번에 이상징후를 보인 수리온 외에도 K-2 흑표전차(육군), 대전차 미사일 현궁(육군), 미래형 복합형소총 K-11(육군), 방탄조끼 업체선정 의혹(육군), 구조함 통영함 비리(해군), 한국형 전투기(KF-X) 핵심장비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 업체 선정 논란(공군) 등 국산 무기와 관련된 구설수는 육해공을 막론하고 지속되고 있다.

국산헬기 수리온=수리온은 방위사업청이 개발을 주관하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것으로, 개발 기간은 지난 2006년 6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약 6년 9개월이 걸렸고 개발비는 1조3000억원이 투입됐다.

현재 양산 단계에 들어간 수리온의 대당 가격은 185억원으로 육군에 200여대, 해병대에 30여대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이 중 약 40여대가 현재 실전 배치돼 현장에서 운용되고 있다.

수리온 기체 프레임에 생긴 균열은 수리온 헬기 제작을 완료한 뒤 기체 왼쪽에 추가로 장착한 진동 흡수기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진동 흡수기를 기체에 장착할 때 박은 리벳(철판 위에 박는 일종의 못) 주변으로 미세한 실금이 나타난 것. 또 수리온 전면부 유리가 파손된 원인은 헬기가 기동할 때 바람 때문에 땅에 있던 돌이 날아와 기체를 충격했기 때문으로 조사됐다고 방사청은 밝혔다.

방사청은 향후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진동 흡수기 주변 보강재를 강화하고, 방풍유리는 기능이 개선된 제품으로 교체하는 등 개선대책을 이르면 다음달 시행할 계획이다.

K-2 흑표전차=우리 육군의 차세대 대표 전차인 K-2 흑표전차는 지난 2003년 개발이 시작됐으나 역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잦은 고장을 일으켰다.

군은 흑표전차를 2012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2012년까지도 국산 기술로 개발한 파워팩(엔진과 변속기 결합제품)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초기 양산분 100대에 한해 독일제 수입 파워팩을 장착하기로 했다.

방위사업청은 2012년 당시 3월과 12월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국산 파워팩에 중대 결함이 발생하면 외국제를 쓰겠다”고 했고, 결국 외국제를 사용해 파워팩 개발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당시 파워팩 개발에만 1280억원, 흑표전차 개발에는 3125억원 이상이 투입된 뒤였다.

실전 배치 시기도 약 2년여 미뤄져 흑표전차는 결국 2014년 4월부터 실전 배치됐다. 국산 파워팩은 2014년 11월 개발돼 마침내 흑표전차의 국산화가 이뤄졌으나 이미 예상된 시기와 예산을 훌쩍 넘겨 아쉬움을 남겼다.
 
국방과학연구소와 LIG넥스원 연구진들이 보병용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지난해 8월에는 육군의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과 관련된 비리가 포착돼 현궁 개발을 주관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제조업체인 LIG넥스원이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에 압수수색을 당했다.

합수단 조사 결과 ADD 측은 LIG넥스원에서 총 4억8700만원 상당의 현궁 성능검사용 장비를 납품받기로 했다가 계약 내용을 2억원 전후로 줄였다.

이후 ADD는 납품받기로 한 6대의 장비 중 2대만 받은 뒤 나머지 4대는 사격시험에서 파손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대금 9억2000여만원을 가로채려 한 혐의를 받았다. LIG넥스원 측은 ADD에 납품한 장비의 원가를 부풀려 허위 세금계산서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대금 4억1000여만원을 빼돌리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지난해 말 현궁 납품서류를 위조한 혐의로 ADD 소속 육군 중령 박모씨와 책임연구원 이모씨가 기소됐고, 원가를 부풀려 납품 대금을 가로채로 한 LIG넥스원 간부 전모씨도 기소됐다.

현궁의 성능과는 직접 관련이 없었지만, 국산 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관이나 업체가 보여줄 수 있는 ‘비리’의 단면이 이 사건을 계기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장병이 K-11 복합형소총 사격 연습을 하고 있다.

미래형 복합형소총 K-11=복합형소총 K-11은 시작은 거창했지만, 마무리는 초라한 군 당국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혈세는 엄청나게 투입됐지만 결국 실전에 배치하지 못하는 무기로 사실상 폐기된 셈이다.

K-11은 한때 우리 군이 국내 기술로 세계 최초 개발한 미래형 소총이라며 국산 명품무기 반열에까지 올렸던 무기다. 일반적인 소총 기능과 함께 레이저로 거리를 측정하고 목표 지점 상공에서 폭발해 숨어있는 적까지 잡아내는 공중폭발탄 발사 기능이 이 무기의 핵심이다.

그러나 사격연습 과정에서 공중폭발탄이 총기 내부에서 터지는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고, 공중폭발탄에 자석을 갖대대면 자동발사되는 등 오작동 결함이 계속 발견됐다.

결국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7월 K-11의 핵심 장비인 사격통제장치 크기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다양한 개선 대책을 내놨지만 실전 배치하기까지는 가야할 길이 요원한 것으로 평가된다.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은 K-11 사격통제장치 납품업체가 충격량을 3분의 1로 축소하는 등 충격시험검사 방법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품질검사를 통과한 뒤 엉터리 장비 250대를 납품한 사실을 적발해 방산업체 간부 3명을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방탄복 선정 비리=지난 3월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07년 철갑탄까지 막을 수 있는 방탄복을 개발하고 조달계획까지 세웠다가 이를 철회하고 보통탄 수준의 방탄복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이런 결정을 주도한 군 장성이 방탄복 납품업체 계열사에 위장 취업해 3900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 발표에 대해 군 당국은 철갑탄 방호 수준의 방탄복은 가격이 비싸 보통탄 방호 가능한 방탄복을 구매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감사원이 철갑탄 방호 방탄복의 가격이 82만원으로 보통탄 방호 방탄복의 84만원보다 오히려 더 저렴했음을 밝히면서 군 당국의 도덕성까지 도마에 올랐다.

군은 2007년 12월부터 5년간 28억원을 들여 철갑탄 방호가 가능한 액체방탄복을 개발했지만, 다른 방탄복이 군에 보급되면서 해당 기술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구조함 통영함 비리=재해구조용으로 건조된 3500t급 구조함 통영함은 한국 최초의 수상 구난함으로 주목받았지만 세월호 사태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고, 추후 통영함이 비리 ’백화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전 국민들을 경악시켰다.

2010년 10월 방위사업청과 대우조선해양이 건조 계약을 체결하고 2012년 9월에 진수된 통영함은 21노트의 빠른 속도, 수중무인탐사로봇(ROV) 탑재, 공기호스를 통해 90m 수중에서 잠수부가 장시간 구난작전을 할 수 있는 장비, 배수량 570t의 배를 들어올릴 수 있는 크레인, 첨단 음파탐지기인 사이드 스캔소나를 탑재한 첨단 구조함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세월호 사태에서 해군참모총장의 2차례 출항 지시에도 통영함이 출동하지 않았고, 그 이유가 부실납품된 부품으로 정상작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점이 알려졌다.

실제로 통영함에는 1960년대 수준의 고물 음파탐지기가 장착된 것으로 드러나는 등 방산비리의 폐해가 막심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기소된 군 관계자들이 무죄 판결을 받는 등 책임 소재도 모호해져 전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한국형 전투기 AESA레이더 업체선정 논란=한국형 전투기의 핵심장비인 AESA레이더는 애초 우리 공군 차세대 전투기(F-X)를 미국의 록히드마틴으로부터 수입하면서 기술 이전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 정부가 관련 기술의 수출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군 당국이 우리 기술로 개발하기로 전격 결정한 장비다.

해당 장비 관련 기술 개발은 ADD가 총괄하고 방산업체 LIG넥스원이 개발 과정에 참여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LIG넥스원이 아닌 한화탈레스가 시제품 제작업체로 선정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방위사업청 등 정부 당국은 AESA 레이더 관련 국내 기술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될 때마다 LIG넥스원의 AESA 레이더 개발 경험 등을 거론하며 국내 개발이 가능함을 강조했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우리 기술의 모든 역량을 총집결해도 달성 여부가 의문시되는 첨단분야 사업에서 지금까지 ADD와 함께 기술개발에 참여한 업체가 탈락하고 관련 분야에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업체가 선정되자 각종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부는 시제품 업체 선정 후 한화탈레스도 AESA 레이더 개발 경험이 있음을 강조하며 의혹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형 전투기 제작을 맡고 있는 KAI 측이 올해 초 AESA 레이더를 국내에서 개발 못하면 해외에서 수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결국 전투기 핵심장비인 AESA 레이더는 K-2 흑표전차의 파워팩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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