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핀테크기업 상품개발 지원
[싱가포르=강승연 기자]#. A씨는 서울 종로구 일대 주차장을 검색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켜고 P앱에 접속했다. 앱에서는 종로구 내 모든 주차장의 위치는 물론, 주차 가능 공간과 가격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가까운 거리에 적당한 가격으로 주차를 할 수 있는 주차장을 발견한 A씨는 곧바로 예약 결제 버튼을 눌렀다. P앱에 미리 등록해 둔 신용카드는 없었지만 스마트폰 카메라로 소지하고 있는 카드를 스캔해 즉시 결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글로벌 카드사 비자가 싱가포르에서 구상 중인 한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의 배경을 한국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비자가 28일(현지시간) 문을 여는 싱가포르의 ‘이노베이션 센터’의 모습. 핀테크 스타트업과 금융결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신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 [사진=비자카드ㆍ여신금융협회] |
지도는 구글의 ‘구글맵’ API를 이용하고 정부와 실시간 주차장 정보를 공유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최근 한국의 카드사들도 자사 앱카드에 다양한 업체와 O2O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지만, 이처럼 정부의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이용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비자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28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하고 금융회사나 핀테크 스타트업이 비자의 결제 네트워크를 이용해 신상품을 개발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주차 결제시스템은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탄생할 수많은 API 중 하나다.
지난 21일 이노베이션 센터 개소를 앞두고 한국 기자들과 만난 티에스 아닐 비자 아시아ㆍ태평양 상품 총괄임원은 “결제 분야는 최근 금융시장에서 가장 빠른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라며 “지금까지 만든 플랫폼 50여개 가운데 10∼20%만 공개했는데 앞으로 더 많은 플랫폼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자의 이 같은 움직임은 싱가포르 정부의 ‘캐시리스’(현금 없는) 사회 추진과 궤를 같이 한다.싱가포르는 1인당 평균 6장 넘는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현금 결제 비중이 전체의 40∼45%에 달할 정도로 높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2020년까지 캐시리스 사회를 도입하기로 하고 금융 결제의 70%를 홍채나 정맥 등 생체 인증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또 향후 5년 간 핀테크 등 관련 사업에 2억2500만 싱가포르달러(약 2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다음달에는 정부 주도로 핀테크 기업에 원스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오피스를 개소할 예정이다.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