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한 심사만으로 가입 큰인기
삼성생명 상품 첫날 2만건 계약도
“ 돈 있는 노인을 잡아라“
아프고 나이든 사람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상식을 깬 ‘유병자ㆍ고령자’보험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우량 고객을 상대로하는 전통적인 보험 시장은 포화 상태인 반면, 노인 인구 급증으로 이들이 의료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보험시장이 신성장 동력으로 인식되면서다. 소비자들의 호응도 높아 앞으로 이 시장에서의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삼성생명이 지난 15일 내놓은 고연령·유병자 전용 건강보험 ‘간편가입 보장보험’은 판매 첫날 2만 건의 계약이 이뤄졌다. 한달 목표치인 1만건의 두 배인 2만 건이 하루 만에 팔리자 삼성은 판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한 상품만 많이 팔리면 다른 상품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에서는 판매를 계속하지만 삼성생명 전속설계사 채널은 다음달부터 재개할 계획이다.
삼성생명이 이번에 내놓은 보험상품은 업계 최초는 아니다.
이미 지난해 8월 현대해상이 유병자 보험을 내놓은 이후 동부화재, KB손보, 메리츠화재 등이 뒤를 이었다.
올들어서는 삼성화재, 흥국화재, 한화손보 등이 가세했고 동양생명, NH농협생명, KDB생명 등 생보사들도 서둘러 동참했다. 이들 유병자ㆍ고령자보험은 모두 복잡한 계약 심사 과정을 간소화한 ‘간편심사’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일명 ‘3ㆍ2ㆍ5’의 간단한 심사만 통과하면 가입이 가능하다.
3개월 이내 입원ㆍ수술ㆍ추가검사(재검사)의 필요 소견을 받았는지, 2년 이내 질병이나 사고로 입원 또는 수술(제왕절개 포함)을 했는지, 5년 이내 암으로 진단 받거나 암으로 입원 또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지의 여부만 확인하면 가입할 수 있다. 질병이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건강한 사람에 비해 보통 20~30% 정도의 보험료가 할증된다.
그동안 국내 보험사들은 질병발생빈도, 손해율 관리 및 관련 통계 부족 등의 이유로 이같은 유병자ㆍ고령자보험 출시를 꺼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당국이 유병자보험 활성화 방안을 발표, 건강한 사람들보다 보험료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평균수명 연장과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성질환을 가진 고령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유병자ㆍ고령자 보험 수요가 커졌다”면서 “과거에는 통계가 부족하고 손해율 관리 등으로 인해 상품이 적었지만 보험사들이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험사의 리스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유병자ㆍ고령자보험에 대한 시장 수요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 표면화되지 않겠지만 리스크가 높은 상품인 만큼 손해율이 높아질 수 있고 언더라이팅(보험가입심사)에도 많은 품이 들어간다”며 “이번에 삼성생명이 관련 보험 상품의 판매를 제한하게 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희라 기자 /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