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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앤데이터] 김부겸ㆍ이정현, 개척자와 순교자 사이에 서다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모든 역사의 순간에서, 모든 개척자들은 핍박과 냉대에 시달려왔다. 그 가해자가 가혹한 환경이든, 먼저 둥지를 튼 다른 문명이든, 개척자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고난을 넘어 살아남거나 도태되거나 단 두 가지뿐이다. 견디고 승리한 자는 ‘선구자’로 칭송받을 것이고, 패배한 자는 ‘순교자’ 혹은 ‘희생자’로만 기억될 것이니 범인(凡人)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4ㆍ13 총선이 단 하루 앞으로 다가온 12일, 정치권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대구 수성갑)와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전남 순천)의 생환 여부에 주목하는 것은 그래서다. 두 사람이 개척자로 우뚝 서느냐, 혹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함께 순교하느냐에 따라 우리 정치문화는 크게 요동칠 테다. 이른바 ‘망국적 고질병’이라는 지역주의의 타파 혹은 재강화의 시작이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대구 수성갑)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전남 순천)



특히 김 후보가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에서 승리하면 헌정사에 기록될 만하다. 대구는 지난 2000년부터(16대) 2012년까지(19대) 12년간 오직 여당에만 ‘금배지’를 허용했다. 앞선 14대(1992년)ㆍ15대(1996년) 총선에서 당선된 국민당, 자민련 후보 역시 ‘정통야권’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1898년 13대는 모두 여당), 1985년(12대) 이후 31년 만에 ‘야당의 반란’이 일어나는 셈이다.

실제 김 후보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정당은 이념정당이 아니다. 정당을 구분하는 가장 큰 잣대로 전라도, 경상도 같은 지역이 작용하는데, 이러면 노동자냐 자본가냐 보수냐 진보냐 같은 사회적 균열을 보듬을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호남 정서’의 원산지인 전남에서 이 후보가 일으키는 바람도 심상치 않다. 이 후보는 지난 2014년 7ㆍ30 재보선 선거에서 승리, 소선거구제 도입(1988년) 이후 26년 만에 ‘여당의 호남 입성’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이는 ‘반쪽짜리’ 승리다. 호남 민심이 임기 2년의 ‘임시직’을 시험 삼아 내줬다는 분석 탓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승리하면 호남에서 ‘이정현 효과’를 확실히 일으킬 수 있다.

이 외에 ‘야권의 텃밭’인 전북 전주을에 출마한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 지난 12년간 야당에만 ‘바람’을 허락했던 제주도에 출사표를 던진 강지용(서귀포), 양치석(제주시갑), 부상일(제주시을) 새누리당 후보도 의미 있는 걸음을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개척자의 마차는 서로의 ‘적진’을 가로질러 종착역에 도착했다. 바퀴의 이가 빠지고, 천막이 찢어져 너덜거릴 정도의 강행군 끝에 서 있는 것은 다시 유권자다. 13일, 이들은 성공한 개척자가 될까, 실패한 순교자가 될까. 운명의 시계가 움직인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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