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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큰 외국인 사기범…경찰인줄 모르고 '블랙 머니'로 속이려다 쇠고랑
“검은 종이에 약품 바르면 500유로로”…‘거짓 시연’하다 덜미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지난달 24일 오후 2시께 박모 씨는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일하는 파키스탄인을 통해 소개받은 J(44ㆍ카메룬) 씨를 경남 창원 시내 한 호텔방에서 만났다. J씨는 지폐 크기 검은색 종이에 흰색 가루와 갈색 액체를 바른 다음 30분 뒤 투명한 액체 약품에 담가 그 종이가 500유로 지폐로 바뀌는 모습을 박 씨에게 보여줬다.

진짜 지폐 8장에 미리 검은색 물감을 칠해뒀다가 특수 약품으로 가장한 요오드 용액 등을 써서 물감이 빠지도록 한 것. 이를 통해 특수 약품을 바르면 검은 종이가 지폐로 바뀐다는 이른바 ‘블랙 머니’가 존재하는 것처럼 속인 것이다.



이어 J씨는 직접 가져온 금고를 열어 보이며 “‘블랙 머니’로 위장한 500유로권이 60만유로(7억3000만원 가량) 상당 있는데, 특수 약품을 써서 지폐화하면 반을 주겠다”면서 약품 구입비로 3만유로(3600만원 가량)를 요구했다.

물론 금고에 가득차 있던 건 지폐가 아니라 종이 조각에 불과했다. 아프리카계 프랑스인이자 ‘블랙 머니’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스위스 조직의 일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J씨는 영어로 “돈을 주면 특수 약품을 구입해오겠다”며 박 씨를 재차 설득했다.

그러나 J씨가 사기 수법을 다 드러내 보인 당일 오후 6시 40분께 박씨로부터 돌아온 건 돈이 아니라 차가운 쇠고랑이었다. 박씨가 바로 경남지방경찰청 외사과 소속 경찰이기 때문이었다.

박 씨는 외국인이 종이를 ‘블랙 머니’라고 속여 금품을 편취하려고 한다는 첩보를 지난 10월 말께 파키스탄인으로부터 입수하고, “‘블랙 머니’를 한 번 보자”며 당일 파키스탄인을 통해 J씨를 만나 사기미수 혐의로 검거해 구속한 것.

경찰 관계자는 “J씨가 앞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우연히 만난 파키스탄인에게 (사기 대상으로)돈 많은 한국인을 소개해달라고 먼저 부탁한 점, 현장에 온갖 범행 도구를 들고 나온 점 등에 미뤄 J씨는 수사기관이 개입하기 전 범행 의사가 있었다고 볼수 있다”며 “이런 경우에는 위법한 함정 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J씨가 지난 5월에도 잠시 입국했다가 출국한 점 등을 토대로 ‘블랙 머니’를 미끼로 실제 사기를 벌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여죄를 추궁 중이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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