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이혜미의 무비 Q&A] ‘도리화가’ 속 최초 여류 명창, 왜 수지였을까?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국민 첫사랑’ 수지가 조선 최초의 여류 명창으로 돌아온다. 새 영화 ‘도리화가’(감독 이종필ㆍ제작 ㈜영화사 담담, ㈜어바웃필름)에서 수지는 시대의 금기를 깨고 판소리에 도전해 새 역사를 쓴 ‘진채선’으로 분했다.

실존 인물인 진채선(1847~)은 판소리 대가 신재효의 가르침을 받은 판소리 가창자 중 한 명이다. 타고난 재능으로 17살에 신재효의 눈에 띄어 판소리를 배웠고, 경복궁 낙성연을 계기로 판소리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여류 소리꾼 진채선의 등장은 남성들의 전유물로 인지됐던 판소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것이었다. 


진채선은 출중한 실력은 물론, 빼어난 외모로 당대 최고 권력자인 흥선대원군의 눈에 들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겨진 진채선의 사진을 보면 서글서글한 눈매, 단아하면서도 심지가 굳어보이는 인상이 돋보인다. 스크린 속 수지는 서구적인 화려함보다 청초함이 돋보이는 외모가 쪽진 머리, 한복과 잘 어울린다. 동시에 단단하고 야무져 보이는 인상은 당대 진채선의 모습과도 겹치는 면이 있다.

가수 출신이라는 점도 수지가 ‘진채선’이란 옷을 입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조선창극사’에는 진채선의 소리를 ‘성음이 웅장한 것과 기량의 다단한 것은 당시 명창 광대로 하여금 안색이 없게 되었더라’고 기록하고 있다. 수지는 기본적으로 음색이 좋은 편이고, 판소리를 하기에 충분한 성량을 갖췄다. 박애리 명창에게 1년여 간 판소리를 직접 배우기도 했다. 그 결과 진채선이 꿈을 키워갈 당시엔 거친 듯 하지만 당차게, 신재효에게 연모의 감정을 느낀 뒤엔 애절하고 처연하게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수지는 “기존에 배우던 것과 완전히 다른 창법과 호흡 탓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판소리에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조선 최초의 여류 명창 진채선 [출처=국립국악원]

뿐만 아니라 수지는 소리를 위해 남장을 해야 했던 진채선 역을 위해 수염을 붙이고 짙은 눈썹을 그리는가 하면, 걸음걸이까지 세심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지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종필 감독이 자신을 진채선으로 낙점한 이유에 대해 “제가 대범해 보였다고 하셨던 것 같기도 하고, 진채선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지 스스로도 진채선의 일화 속 당찬 면모를 자신과 비슷한 점으로 꼽았다. 뱃심이 약하다는 스승 신재효의 따끔한 지적에, 진채선이 장대비 속에서 악을 쓰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모습이 닮은 것 같다고. 또 수지는 과거 연습생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당시의 감정을 끄집어내 연기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종필 감독은 “도리화가의 진채선은 동리정사에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 처음에는 애물단지같은 존재이지만, 결국 가장 귀한 존재가 된다”며 “영화를 시작할 때 ‘금지옥엽’이라는 단어를 떠올렸고, 그 단어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배수지라는 배우였다. 판소리나 다양한 면에 도전해야 하는 역할이라 ‘과연 할까’ 생각했는데 흔쾌히 하겠다고 해서 정말 고마웠다”고 캐스팅 뒷 이야기를 전했다.

ha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