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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갯짓 하던 분양시장, 메르스 일격에 당혹…예정물량 20% 분양연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입지 좋고, 분양가 싸고, 수요도 많아 100% 완판은 문제가 아닌데….”

이렇게 얘기하는 아파트 분양 관계자에게 “그럼 뭐가 문제냐”고 되묻자 “지금은 메르스가 가장 문제”라는 답이 돌아왔다.

올들어 뜨거운 활황세를 보이던 분양시장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일격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장기 침체의 늪을 지나 부활 날갯짓을 하던 건설사들은 전혀 생각지 못한 외부 요인으로 분위기가 뒤바뀔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건설사들은 일단 분양을 줄줄이 연기하고 있다.

지난 12일 모델하우스 오픈 예정이던 부천 옥길 호반베르디움, 부천 옥길 자이, 기흥역센트럴푸르지오 등은 오픈일을 19일로 한 주 미뤘다. 19일 모델하우스 오픈 예정이던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 광교 아이파크, 세종시 2-1생활권 중흥S-클래스 센텀시티 등도 분양일정을 역시 한 주 가량 미뤘다.

이밖에 6월말 분양을 예정하고 있던 왕십리자이, 평택 자이더익스프레스 등의 단지들은 달을 넘길 태세다. 분양 관계자는 “원래 26일 분양 예정이었지만 일단 (메르스 사태 관련)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6월 2~3주차 공급 예정이던 40개 단지 2만8447가구 중 23.3%(12개 단지 6623가구)가 메르스 불안감 등을 이유로 청약 일정을 미뤘다.

한 건설사가 메르스 사태 대응책으로 모델하우스에 마련한 전신소독게이트.


아파트나 오피스텔, 상가 분양은 사업 규모가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단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정해진 기간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단숨에 팔아치워야 유리하다. 빨리 팔릴수록 자금 조달이 쉬워지고 건축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르스 사태가 지속되면 사람들이 붐비는 대표적 장소인 모델하우스를 열기 어려워졌다. 분양을 위해서는 모델하우스 오픈, 청약 접수, 당첨자 발표, 계약 진행 등의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모델하우스를 열 수 없으니 사업 자체가 ‘올스톱’이 될 수밖에 없다. 메르스의 나비 효과가 부동산 시장의 태풍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최근 메르스 사태 장기화 조짐에 부동산 분양업계는 일단 할 말을 잃은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2주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로 순풍에 돛 단듯 순항하던 올해 분양시장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서둘러 분양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분양을 진행하는 업체들은 모델하우스에 손소독제, 전신소독기 등을 설치하며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전신샤워소독기 장비를 공수하는 데 억 단위의 돈이 들었다”며 “그러나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라도 취해야 할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한 템포 일찍 분양해 메르스 영향권에서 벗어난 업체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현재 100% 계약 완료, 소위 완판을 눈 앞에 두고 있어 긴장이 풀린 상태”라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금만 늦었어도 상황이 어떻게 변했을 지 상상이 안 간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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