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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조 친박’ 유승민, 박근혜 경제정책에 날 세우다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진행한 국회 교섭단체 연설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경제 정책과 국정 운영 철학에 날선 비판을 한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비박(非朴ㆍ비 박근혜계)’ 중심의 여당 지도부 체제로 인한 당청 갈등은 한 동안 잠복했지만, 유 원내대표의 이날 연설을 기점으로 당청 관계가 급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유 원내대표의 발언은 수위가 높고, 현 정부 경제 정책에 직격탄을 날린 대목이 적지 않아서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창조경제와 관련, “창조경제를 성장의 해법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다”고 일갈했다. 야당이 제시한 소득주도 성장론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는 와중에 나온 말이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선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 격인 창조경제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제대로 된 성장의 해법이 없었던 것은 지난 7년간 저희 새누리당 정권도 마찬가지였다”고도 했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그는 “저성장은 고질적이고,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문제인데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성장전략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2100년까지 저성장의 대재앙이 예고된 우리 경제에 대해 이 정도의 내용을 성장의 해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야당의 소득주도 성장론이 최저임금 인상,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지출 확대를 통해 양극화 해소와 내수진작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해선 “4대 부문 개혁을 말하고 2017년까지 잠재성장률 4%대 진입을 목표로 하겠다고 나선 점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잠재성장률을 4%대로 높이는 일은 3년의 개혁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3년동안 그 다음 정부가 후퇴시킬 수 없는 개혁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수만 있다면,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세금ㆍ복지 분야에서도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월 ‘증세없는 복지’ 논란이 한창일 때 “경제활성화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증세하자는 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밝혀 일단락되는 듯했던 이슈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관련, “문제는 134조5000억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이라며 “이 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반성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 3년간 예산 대비 세수부족은 22조2000억원이다.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했다.

또 “이제 우리 정치권은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세금과 복지의 문제점을 털어놓고, 국민과 함께 우리 모두가 미래의 선택지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원내대표는 복지모델에 대해선 ‘중부담-중복지’가 지향해야 할 목표라고 거론, “세금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의 동의를 구해 세금과 복지에 대한 여야 합의기구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세금과 복지 문제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세수확보 방안과 관련,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까지 같이 고려하면서 세금에 대한 합의에 노력해야 한다”고 해 주목된다. 이는 청와대가 법인세 인상은 기업 투자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 경기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는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아울러 재벌 개혁도 주장했다. 그는 “재벌 대기업은 지난날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희생으로 오늘의 성장을 이루었다”며 “천민자본주의의 단계를 벗어나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의 아픔을 알고, 2차ㆍ3차 하도급업체의 아픔을 알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존경받는 한국의 대기업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는 재벌대기업에게 임금인상을 호소할 것이 아니라, 하청단가를 올려 중소기업의 임금인상과 고용유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 원내대표는 무엇보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재벌정책은 재벌도 보통 시민들과 똑같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재벌그룹 총수 일가와 임원들의 횡령, 배임, 뇌물, 탈세, 불법정치자금, 외화도피 등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들, 보통 기업인들과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대통령, 검찰, 법원은 재벌들의 사면, 복권, 가석방을 일반 시민들과 다르게 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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