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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프랑스인 콧대 꺾은 ‘사막의 슈퍼리치’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이혜원 인턴기자]프랑스는 다문화국가다. 그만큼 갈등도 많다. 지난 1월 발생한 ‘파리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은 토박이(?)와 이민자간 마찰에서 비롯됐다.

이민자에 관대하지만은 않은 프랑스에서 외국 출신이 성공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외부인에 대한 차별 때문이다. 그런 제약을 극복하고 슈퍼리치 반열에 오른 아랍계 프랑스인이 있다. 자산 10억달러로 2015년 포브스 빌리어네어에 입성한 모헤드 알트라드(Mohed Altrad) 알트라드 그룹 사장이다.

모헤드 알트라드(Mohed Altrad) 알트라드 그룹 사장. (사진=르피가로)


알트라드는 서아시아 유목민 출신으로, 시라아의 사막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를 기른 할머니는 알트라드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유목민에게 교육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학구열을 막을 순 없었다. 

할머니 몰래 빠져나가 수업을 들을 정도로 배움에 대한 갈망은 대단했다. 아버지에게서 받은 자전거를 친구들에게 빌려줘 번 돈으로 학용품을 샀다.

‘사막의 아들’인 그를 프랑스인으로 만든 것은 배움에 대한 열정이었다. 지역 수재였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시리아정부 지원으로 프랑스 대학에 진학했다. 유학 초기 그는 수업의 10%밖에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프랑스어에 서툴렀다. 하지만 똑똑했고 성실했다. 밤낮으로 공부해 현재 프랑스어로 소설을 쓸 정도로 유창한 실력을 갖췄다. 몽펠리에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후 파리7대학에서 공부를 이어가 컴퓨터 공학박사가 됐다.

공부를 마친 후에도 알트라드는 시리아로 돌아가지 않았다. 졸업 후 엔지니어로 전자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프랑스인 배우자를 만나 시민권도 얻었다. 그가 프랑스를 떠나 있던 것은 단 4년.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에서 근무하기 위해 아랍에미레이트에 간 시간이 전부다. 프랑스로 돌아온 알트라드는 아부다비에서 번 수십만달러로 휴대용컴퓨터 제조사를 차려 60만달러 수익을 냈다. 첫 사업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알트라드 사장은 몽펠리에 에호 럭비(Herault Rugby) 구단주이기도 하다. (사진=르쁘앵)

그를 억만장자 반열에 올린 알트라드 그룹은 이때 세워진다. 1985년 전자회사로 번 돈 수십만달러로 임시 건축구조물인 비계(飛階) 제조 회사를 인수한 것이 시작이었다. 수십만달러 적자에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메프랑(Mefran)을 1프랑, 약 200원에 매입했다. 직관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건축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지만, 모든 공사에 비계가 쓰이는 만큼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민자로서 회사를 운영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직원들은 피부색이 다른 사장을 거부했다. 건축 용어 공부보다 시급한 것이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었다. 알트라드는 진정성에 호소했다. “5년동안 번 모든 돈을 이 회사에 투자했다”며 직원들에게 회사를 회생시킬 능력이 있음을 역설했다. 사장의 신뢰에 직원들은 알트라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과감한 봉급체계 변화도 직원들의 호감을 샀다. 인센티브 기반으로 급여체계를 바꿔 직원들을 고무시켰다.

은행도 그를 거부했다. 인수 후 꾸준히 회사 규모를 늘려온 그는 90년대 초 위기에 봉착했다. 경기침체로 6개월 새 수입이 75%로 줄어들었다. 알트라드는 은행에 대출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시리아 출신에게 돈을 빌려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없었던 알트라드는 작은 경쟁사들을 조금씩 인수하면서 차츰 회사를 키워갔다. 2003년 거대경쟁사인 독일 플레탁(Plettac)을 매입하면서 유럽에서 비계 설치 회사 1위로 자리잡았다. 알트라드 그룹은 현재 전세계에 92개 자회사와 100개 이상 사업장을 두고 있다.

시리아 베두인족. (사진=게티이미지)

베두인 출신인 그의 ‘유목성’도 비결이었다. 알트라드는 분권화를 성공의 열쇠로 꼽는다. 중앙의 힘을 줄여 자율성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알트라드 그룹 본사에는 직원 25명만 상주하고 있다. 알트라드 사장은 비서도 두지 않는다. 직원들이 각지에서 자율적으로 일할 때 시장에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에 그룹 본사를 둔 알트라드는 지역에서 존경받는 부호다. 몽펠리에 럭비팀이 재정난으로 폐단될 위기에 처하자 흔쾌히 인수를 결정했다. 그의 이름을 딴 럭비경기장을 짓고 모든 경기를 관전할 정도로 팀에 애정을 갖고있다. 이민자 핸디캡을 극복하고 업계 거물이 된 알트라드는 프랑스인의 존경을 받는 슈퍼리치로 자리잡고 있다.

souriran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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