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 잘 안와 보셨죠? 작년 이맘때보다 아파트 시세가 1억은 족히 올랐습니다.”
지난 6일 수도권의 한 아파트 분양현장 안내인의 말에 동행한 기자들이 “와”하며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그는 “작년 여기에 집을 샀으면 좋았겠지만 그때 여기가 오를 거라는 생각은 아무도 못했다”며 “부동산 전문가인 저도 작년이면 말렸을 것”이라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5~6년간 이어진 부동산시장 침체 탓에 대중의 뇌리에서 잊혀진 이 신도시는 천천히 그러나 차근차근 기반시설을 완비해 지금은 ‘상전벽해’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파트 값도 실제로 많이 뛰었다. 수 년간의 경기 침체로 공급마저 크게 줄어 모처럼만에 열린 아파트 견본주택 개관 행사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긴 장사진을 이뤘다.
이런 모습은 비단 이 신도시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지난 8일 서울 강북의 한 미분양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주변 시세보다 다소 높은 분양가(전용면적 84㎡ 기준층 4억9000만~5억원)로 고전한 이 아파트가 내년 1월 입주를 앞두고 현장에 마련한 샘플하우스(실제 아파트를 전시용으로 꾸민 것)에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분양 상담사 L 씨는 “최근 이 일대 아파트 시세가 껑충 뛰어올랐고, 오는 4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새 아파트 분양가가 더 오를 거란 생각에 방문객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전체 물량 중 80% 가량이 계약된 상태”라고 했다.
이 동네 주민 P 씨는 “3억 초중반이던 아파트가 요즘 4억원에 육박하고, 요즘 아파트를 사거나 팔았다는 주변 지인들이 많아 좀 더 늦기 전에 투자해볼까 싶어 나왔다”고 했다.
분양시장에 정말 봄은 온 것일까. 주말 모델하우스에 인파가 몰리자,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어디서 뭘하고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라고 했다. 5~6년간 부동산 시장의 혹한기를 설국열차를 타고 간신히 모면했던 사람들, 그들이 완연한 봄 기운에 일제히 하차하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을 것이다.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 역대 최저치의 은행금리, 집값을 뛰어넘는 미친(?) 전셋값, 글로벌 경기침체 등의 제반 현상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설국열차에 다시 승차해야 한다는 사실을. soo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