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반도만한 이 난쟁이 행성은 ‘세레스’(Ceres) 입니다. 무인탐사선 던(Dawn)과 세레스과 거리는 23일 기준 약 3만8860km. 지구와 달의 거리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왜행성에 대한 인류 최초의 탐험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입니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
▶왜행성 되기까지 205년 = 1801년 1월 1일, 이탈리아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주세페 피아치가 ‘세레스’를 발견합니다. 처음에만 해도 피아치는 이 천체가 항성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곧 이 천체가 별처럼 운동하는 것을 관측하고 행성으로 생각을 바꿨고, 그 후 반세기 동안 ‘행성’으로 분류됐습니다. 지금은 명왕성이 빠졌지만 한때 ‘수.금.지.화.목.토.천.해.명’ 9개 천체가 태양계 행성으로 인정받았을 때, 10번째 타이틀에 도전장을 내민 천체가 바로 세레스입니다.
하지만 세레스 인근에서 다른 소행성들이 연이어 발견되면서 세레스의 지위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세레스는 이들과 비슷한 천체들 중 하나라는 인식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하거든요. 1802년 윌리엄 허셜은 이 천체들을 ‘별과 비슷한 것’이라는 의미의 소행성이라고 정의했고 가장 먼저 발견됐다는 점에서 세레스에는 ‘1 Ceres’라는 명칭을 붙여줍니다.
이후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이 행성의 기준을 새로 마련하면서 세레스도 ‘왜행성’으로 분류합니다. IAU는 행성처럼 다른 천체를 지배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행성의 위성도 아니지만 태양을 공전하는 천체를 왜행성으로 정의내렸는데, 세레스가 이에 딱 부합했거든요. (이때 명왕성도 행성에서 왜행성으로 격하됩니다.) 쉽게 생각하면 세레스는 행성과 소행성의 중간 단계에 있는 천체로 보면 됩니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
▶왜행성의 비밀, 벗겨지나 = 딱 한반도 크기만한 세레스는 지름이 950km에 달해 화성과 목성 사이에 놓인 소행성대에서 가장 큰 천체로 꼽힙니다. 공전주기는 4.6년이죠. 그런데 많고 많은 왜행성 가운데 미국 우주항공국(NASA)은, 왜 세레스에 던 탐사선을 보냈을까요. 그것도 8년 전에 말이죠.
학자들이 특히 세레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세레스에 100km에 이르는 물 바다가 암석 핵 위에 존재할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월 유럽 우주항공국(ESA)이 세레스의 검은 표면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걸 확인했는데, 이로 인해 세레스 표면의 얼음이 태양 열기에 녹으면서 수증기가 생겼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죠. 몇몇 학자들은 세레스의 내부에도 엄청난 양의 물과 얼음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세레스는 두 번째로 큰 베스타 소행성과 더불어 태양계 초기 뭉치다 만 형태가 잘 보존돼 있어 가스나 물로 채워진 행성의 진화를 역추적할 좋은 표본이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세레스 표면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파악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
내달 6일 세레스에 도착하는 돈 탐사선은 앞으로 16개월 동안 세레스에 머물면서 관련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할 예정입니다. 돈 탐사 조사책임자인 크리스 러셀은 “태양계 행성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지만 세레스와 같은 왜행성에 대해서는 아직 아는 것이 거의 없다. 팀원들이 매우 흥분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 당초 피아치는 세레스를 두고 ‘세레스 페르디난도’라는 이름을 제안했습니다. 로마 신화의 농업과 곡물의 여신인 케레스와 시칠리아 왕국의 페르디난도 1세의 이름을 딴 것이였죠. 하지만 다른 국가에서 페르디난도라는 이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여기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세레스라는 이름 그대로 이 왜행성이 농사가 가능한 비옥한 땅을 가졌을지 아니면 생명이 살 수 없는 척박한 땅일지, 해답의 열쇠는 돈 탐사선이 쥐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