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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양라면→안성탕면→신라면→?…라면 트렌드 바뀔까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2015년 라면시장이 1월부터 면발경쟁에 돌입했다. 농심은 일반라면보다 2배 두툼한 면발의 ‘우육탕면’을 선보였고, 팔도는 올해 출시 25주년을 맞은 ‘왕뚜껑’의 면발을 기존보다 0.1mm 두껍게 개선했다. 보다 쫄깃한 면발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면발이 덜 퍼지고 더 쫄깃하게 만들기 위한 면발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굵은 면발은 젊은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하는 동시에 세계적인 추세와도 부합한다.



최근 농심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젊은층일수록 씹는 맛이 좋고 포만감이 오래 유지되는 면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의 대표적인 라면 기업들은 면발의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 자국은 물론 글로벌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8년부터 스트레이트면, 굵은면 등 다양한 면발을 내세우며 글로벌 라면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라면업체들은 신제품 개발 대신 기존 제품의 품질 업그레이드나 리뉴얼 등을 통해 시장을 공략했다.

농심은 ‘신라면’을 출시 28년 만에 맛과 디자인을 리뉴얼해 선보였으며, 오뚜기와 팔도는 자사 최고의 인기 장수제품인 ‘진라면’과 ‘팔도 비빔면’을 중심으로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면발을 개선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의 라면시장은 1조97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대형 사건ㆍ사고로 침체된 사회 분위기 속에 소비심리 위축과 대형마트의 휴일 영업중단, 가정 간편식(HMRㆍ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의 성장으로, 라면을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편의식이 많아졌다는 점도 라면 매출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농심은 젊은층의 기호와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올해 라면시장을 국물맛 위주에서 면발 위주로 바꾸겠다는 야심찬 목표 하에 ‘우육탕면’을 출시했다. 농심은 2014년 기준, 전체 라면시장의 62.4%를 점유하고 있다. 이어 오뚜기 16.2%, 삼양식품 13.3%, 팔도 8.1% 등의 순이다.

농심의 ‘우육탕면’이 ‘삼양라면’, ‘안성탕면’, ‘신라면’에 이어 라면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로 성장할지, 국물맛 위주의 침체된 한국 라면시장을 면발 위주로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우육탕면’ 출시 일주일 만에 매출 10억원=농심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내놓은 ‘우육탕면’은 일반라면(1.6mm)보다 2배, 너구리(2.1mm)보다 1.5배 두꺼운 면발을 자랑한다. 농심은 두꺼운 면발 속까지 단시간에 익힐 수 있는 제면기술을 개발, 우육탕면에 처음 적용했다.

조리시간은 5분(끓는 물 기준, 신라면은 4분30초)으로, 너구리와 같지만 겉은 부드럽고 속은 쫄깃한 두가지 식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면발의 퍼짐 정도를 알 수 있는 식품물성실험에서 일반면보다 탱탱함을 두배 이상 길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육탕면은 살아있는 형태의 표고버섯으로 시각적인 차별화를 둔 것은 물론, 소고기와 각종 야채, 고추장으로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진한 소고기 샤브샤브의 색다른 풍미를 선사한다.

쫄깃하고 탱탱한 식감과 얼큰하고 진한 국물이 조화롭다는 평가 속에 우육탕면은 지난 13일 출시 후 1주일 만에 매출이 약 10억원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를 한달 매출로 환산하면 라면시장 8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국내 라면시장은 1조9700억원 규모로, 2013년 대비 1.8%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13년 최초로 2조원 대를 돌파했던 라면시장이 단 1년 만에 성장세가 꺾인 것이다. 이는 경기침체와 위축된 사회분위기와 함께 라면을 대신할 다양한 먹거리의 등장에도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농심은 이처럼 정체된 라면시장의 성장을 이끌 견인차로 새해 초 우육탕면을 출시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이 돌입했다.

지난 24일 인기드라마 ‘미생’으로 화제가 된 배우 강소라와 변요한을 ‘우육탕면’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드라마에서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보여준 두 배우의 이미지가 기존에 없던 굵고 쫄깃한 면발이 특징인 ‘우육탕면’의 이미지와 잘 부합한다는 판단에서다.

▶라면 트렌드 ‘국물맛→면발’로 바뀔까=한국의 라면 역사에서 시장 1위 브랜드로 인기를 모으며 시장을 확대 창출한 것은 단 3개 브랜드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첫번째인 삼양식품의 ‘삼양라면’이 출시 이후 85년까지, 농심의‘ 안성탕면’이 89년까지, 그 이후에는 농심 ‘신라면’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위치에 서 있다. 특히 ‘신라면’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브랜드다. 시장을 선점한 ‘삼양라면’을 제외하면 새로운 국물 맛을 창출해낸 라면이 시장을 키워온 셈이다.

농심이 지난 1985년 국내 1위의 라면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국물 맛의 핵심인 스프 품질을 대폭 끌어 올렸기에 가능했다. 농심은 당시 “국내 라면시장은 포화상태”라는 전문가 의견에도 불구하고, 1982년 안성 스프전문공장을 설립했다.

‘라면은 국물 맛’이라는 전략적 판단은 1982년 출시된 ‘너구리’와 ‘육개장 사발면’에 이어 ‘안성탕면’(1983년), ‘신라면’(1986년) 등 출시작이 줄줄이 성공하며 라면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시장을 키웠다.

이후에 나온 비빔 혹은 볶음 방식의 라면은 일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지만, 주력 상품을 보조하며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수준이다.

라면 면발 혁신의 시발점은 1982년 출시된 국내 최초 우동타입 라면인 너구리다.

오동통한 면발로 라면 최초로 굵은 면을 표방한 ‘너구리’는 지금까지도 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하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같은 해 출시된 ‘육개장 사발면’은 뜨거운 물만으로도 조리가 가능한 면발로, 용기면 시장을 본격화시킨 주역이다.

이후에도 농심은 지속적인 면 개발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쏟았다. 농심은 무지개떡처럼 층층이 다른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있는 삼층 제면기술을 개발, 멸치칼국수와 메밀소바에 적용한 바 있다. 최근에는 쌀로 만든 건면의 조리 간편성과 국물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구멍뚫린 면(중공면ㆍ中空麵)을 개발해 볶음쌀면을 출시하기도 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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