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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앤 데이터> 489일간 논란의 중심 선 김기춘의 침묵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취임 후 489일 동안 그처럼 흔들리고도 건재함을 유지하는 인물은 드물다. 검찰총장ㆍ법무부장관을 지내고, 3선(選ㆍ15~17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니 명예로만 보면 이미 ‘천수(天壽)’를 누렸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지난해 8월 6일, 현 정부 2대 비서실장으로 컴백한 이후 그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야권에선 ‘교체 대상 1순위’, ‘적폐’로 꼽혔다. ‘인사참사’가 잇따르자,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정치’의 원인으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끄떡 없었다. ‘김기춘 교체설ㆍ와병설’ 등으로 정치권 주변이 시끌시끌할 때도 좌고우면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해선 주군(主君)의 비서로서 자임했다. 대통령의 동선(動線)은 국가기밀 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며 야당 의원들의 끈질긴 공세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가 관리해야 하는 청와대 비서진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던 “비서는 입이 없다”는 원칙을 몸소 실천한 셈이다.

이런 김기춘 실장은 올 갑오년(甲午年)의 끝자락에서 미스터리한 일처리로 또 한 번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윤회(59)씨의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 파문 탓이다.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박관천 경정, 조응천 전 청와대공직기강비서관 등은 모두 김 실장이 컨트롤해야 하는 청와대 직원들이었다. 문건의 진위가 어떻든 김 실장의 관리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여기다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문건 작성을 직접 지시한 사람이 김기춘 실장이란 의혹도 불거져 나온 상태다. 물론 청와대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김 실장이 자신의 ‘교체설’ 진원지를 파악해 놓은 동향을 보고받고도 추가 확인 지시를 내리지 않은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불필요한 오해를 조기진화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덮으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엄존한다. 하지만 ‘문건은 찌라시’라는 입장을 공유하는 것을 보면, 박 대통령은 여전히 김 비서실장을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김 실장은 이례적으로 기자들이 있는 춘추관을 찾아 “바라건데 대통령님의 환한 모습을 많이 찍어주길 바란다”며 은연중 대통령에 대한 로얄티를 드러낸바있다. 대통령 심기 보좌에 실패한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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