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경비원 대량해고, 누구의 잘못인가
지난달 분신 사망한 경비노동자 이만수(53) 씨는 자신이 일하던 서울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입주민인 70대 여성으로부터 평소 지속적으로 모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입주민은 5층에서 음식을 던져주며 먹으라고 하거나, 폭력적인 언어를 내뱉기도 했다.

이런 부당한 환경에서도 이 씨는 끝내 일을 그만두지 못했고,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했다.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돈을 받았지만 그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은 분신보다도 더 어렵고 힘든 선택이었다. 두 아이의 아버지였고, 한 가정의 가장이었기 때문이다.

이 씨가 사망하고, 해당 입주민이 사과했을 때 까지만해도 이 사고는 단순히 한 입주민의 몰지각한 태도에 의한 경비원의 울분 정도로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아파트가 최근 경비원 전원에게 “한달 뒤에 나가라”는 해고 통보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아파트 전체 입주민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를 단순한 ‘입주민의 인식 개선’에서 ‘아파트경비원의 불안정한 노동지위’까지 확대 재생산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압구정 신현대아파트는 최근 이 씨의 동료이기도 한 아파트 경비원 78명 전원에게 ‘제 몸에 불을 지르는 것’보다 공포스러운 ‘해고’를 통보했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에 따르면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현재 업체와의 계약이 오는 12월31일로 끝나기 때문에 새 업체로 변경하기로 결정했고, 현재 새 용역업체 입찰을 위한 공고를 낸 상태다. 경비노동자 78명에게는 해고예고 통보장을 보냈다. 표면상 이유는 계약만료지만 이 씨의 사망으로 아파트 이름이 불명예스럽게 여론에 회자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대부분의 경비원들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고용한 업체에 ‘간접’고용된다. 입주민들은 경비노동자라는 사람을 고용한 게 아닌 ‘업체’를 고용했기 때문에 업체변경 결정도 어렵지 않다. 업체가 바뀔 때마다 업체에 속한 ‘사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게 바로 간접 고용의 폐해다. 갑에서 병까지 나아가는 극도의 불합리한 구조에서 경비원들은 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입주민들의 비인간적인 대우도 참을 수밖에 없다. 비록 최저임금도 안되는 돈이지만 그들에게 경비일자리는 아들의 등록금이고, 가족의 한 끼 식사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은 아파트 경비원의 임금을 최저임금수준까지 올려주고, 경비원들에게 택배 등 잡무를 보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시도가 무산돼 현재의 불합리한 고용지위를 안정화하지 못한다면 수많은 경비원들이 일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당장 거리로 나 앉게 될 것이다.

지자체에 고령노동자 해고를 막기 위한 예산을 지원하고, 새로운 고용시스템을 찾기 위한 방안을 입주민과 모색하는 등 정부의 다양한 정책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gyelov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