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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사태엔 중독사회 메커니즘이 작동…강수돌 고려대 교수의 ’중독사회론‘ 주목
[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세월호 사태의 원인과 대응이 모두 중독자의 행위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녹색평론 최신호(9~10월호)에서 올해 한국사회를 충격에 몰아넣고 아직도 해법을 찾지 못하는 세월호 사태의 핵심은 정부와 기업, 해경, 국회, 언론 등 사회 저변을 지배하고 있는 중독사회 메커니즘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중독자가 스스로 중독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 치유의 길을 걷듯, 중독사회도 중독임을 자인해야 치유가 시작된다”며 “어떤 면에서 ’모든‘ 구성원이 동반중독자이기에 모두가 진심으로 참여해야 비로소 건강 회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세월호 사태의 핵심은 중독사회‘라는 이 글에서 우리사회 전체가 일종의 알코올중독자처럼 행위한다는 이른바 ’중독사회론‘의 관점에서 세월호 사태의 원인과 처리 과정을 진단하고, 치유의 과정에 전 사회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알콜 중독의 뿌리는 현실의 고통, 분열과 배제라며 그에 따른 괴로움과 두려움을 잊고자 알코올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독에도 불구하고 중독임을 인정하지 않고, 거짓과 기만을 일상화하고 술에 취하지 않은 것처럼 자기기만을 하며, 심지어 가해자-피해자 모형에서 자신을 늘 피해자로 여기고 주변에 공격적인 행태가 중독자의 특징이라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이러한 중독행위자의 특성과 구조가 개인을 넘어 조직이나 사회 전체에 관철되는 것이 중독사회이며,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교육 등 모든 분야가 중독사회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세월초 참사가 초래되었다고 강 교수는 지적했다.

강 교수는 “세월호와 유사한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안전대책, 재난구호대책 등이 논의되었음에도 실제로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며 세월호 두 달 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로 대학생 10여 명이 죽었고, 이 사고 며칠 전에 안전행정부 장관이 ‘생명을 구하는 골든타임제’를 도입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일을 상기시켰다. 중독사회의 표본인 안전불감증의 한 단면이다.

세월호 선박의 경우 18년 동안 사용해 2년 후에는 폐선 예정이었으나 정부는 선사에게 불합리한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선박운항연령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리고 현장점검 대신 자료체출로 가능하게 선박안전법을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강한 정부, 건강한 사회라면 ‘탈규제’를 하더라도 안전, 건강, 환경, 인권 등과 관계된 규제는 풀면 안된다”며 “그러나 중독조직은 조직의 생존(대개는 수익)에 초점을 맞추기에 이윤의 관점에서 모든 규제를 풀어버린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우리는 돈이나 술, 마약, 상품과 같은 물질은 물론, 일, 권력, 소비, SNS, 게임, 심지어 자기신념이나 가치관 등 과정에도 중독되어 있다”며 “세월호 진실찾기가 어려운 것도 돈, 권력, 관계, 신념 등을 잃을 게 두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정부와 청해진, 해경, 국회, 국정원, 청와대 등 각 이해 당사자들의 인적ㆍ물적 유착 등이 세월호를 둘러싼 중독시스템의 핵심이며, 이제 꼬리자르기 및 생색내기 해법을 중단하고 모든 조직이 사회적 책임의식 위에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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