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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호르몬,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접하게 되는 유해물질은 얼마나 될까.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고 심지어 잠을 자는 중에도 우리 인체는 24시간 내내 ‘환경호르몬’이라는 ‘피할 수 없는 적’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식기나 화장품, 아이들이 뛰어노는 매트 위나 새집에 입주할 경우에도 환경호르몬은 어김없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 환경호르몬은 우리 몸속의 세포와 결합해 내분비계 기능을 교란시키는 물질을 총칭한다.

인체 내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가짜 호르몬’인 환경호르몬이 우리 몸속에 들어오면 마치 천연호르몬인 것처럼 작용을 해 우리 몸속의 세포물질과 결합해 비정상적인 생리작용을 하면서 인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예를들어 컵라면 용기에서 검출되는 스티렌다이머나 스티렌트리머 등은 내분비선에서 호르몬 합성과 체내세포까지 호르몬 운반과정을 교란시킨다. 


환경호르몬이 유발하는 부작용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생식기능 이상으로 남성의 경우 정자 수 감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질병에 감염될 확률을 높이고 유방암이나 전립선암의 발병가능성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처럼 우리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지만 이에 대한 지식과 예방활동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생활용품 모두를 일일이 환경호르몬이 전혀 없는 제품으로 교체하거나 확인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우리 스스로가 환경호르몬에 노출 될 수 있는 환경을 안만들거나 줄이는 것이 상책이다.

▶한국 어린이 체내축적 환경호르몬 농도 선진국의 7배, 유방암 발병과도 관련

세제 등에 첨가되는 계면활성제는 다량의 환경호르몬이 함유된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는 피부막을 손상시키거나 습진과 발진을 일으킬수도 있다. 또한 우리가 가정에서 자주 사용하는 주방용품과 식품 포장재, 플라스틱 등에서도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다. 음식을 포장하는 데 쓰이는 랩이나 통조림캔,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전기포트, 컵라면 용기 등의 일상용품에서도 환경호르몬은 검출된다. 직장에 출근하면서 사가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담는 코팅된 종이컵과 물건을 살 때 받은 영수증에도 비스페놀-A라는 환경호르몬은 도사리고있다.

​​환경호르몬의 심각성은 아주 적은 양으로도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있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들은 더욱 위험하다. 태아기와 유아기 등 특정 시기에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경우 여러 가지 신체적 이상을 초래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아토피 피부염이다. 최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2012년부터 2년 동안 전국의 초·중·고(만 6~18세) 1,820명을 대상으로 체내 유해물질농도와 환경노출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우리나라 어린이의 체내에 축적된 환경호르몬 농도가 성인의 1.6배, 선진국의 7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울대병원이 서울과 성남, 울산 등 5개 도시의 초등학교 3, 4학년1000여 명의 소변을 채집해 비스페놀 A의 농도를 측정한 결과, 비스페놀A의 농도가 짙을수록 어린이들의 학습능력 등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스페놀A는 1950년 대부터 플라스틱 제품 제조에 널리 사용되어 온 화학물질인데, 체내 비스페놀A 수치가 10배 높아질 때마다 불안, 우울지수는 107%, 사회성 문제 지수는 122%씩 증가한다.

이는 생식기관도 영향을 미치는데 성장기 아이들에겐 성조숙증을 유발시키며, 성인들에게는 호르몬 분비 불균형, 생식기능 저하 및 생식기관 기형, 생장저해, 암 유발 및 면역기능 저해 등을 발생시킨다.

환경호르몬에 자주 노출되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있다. 충북대 수의과대 최경철 교수 연구팀이 쥐 실험을 통해 환경호르몬이 유방암 세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한 바에 따르면 트리클로산, 옥틸페놀이라는 두 환경호르몬에 인해 면역력이 약해진 쥐의 몸에 인간유방암세포를 이식한 결과 쥐 체내의 유방암 세포가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

두 화합물에 노출된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몸집이 커지고 유방암 종양이 커졌다. 트리클로산은 항생물질이자 방균제이며 치약, 비누, 화장품 등에 들어있고 옥틸페놀은 페인트, 살충제, 농약, 플라스틱에 들어있다.

▶ 환경호르몬 피해, 어떻게 예방할까?

환경호르몬 피해를 줄이는 길은 결국 일상환경에서 가급적 노출이 안되게끔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씩만 주의를 기울이고 신경을 써도 환경호르몬의 접촉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먼저 식생활에 사용되는 용기는 가급적 유리ㆍ스테인리스ㆍ도자기용기를 사용한다. 일부 PC재질 플라스틱 용기는 열이 가해지면 화학물질이 발생하는데, 이때 환경호르몬이 다량 발생할 수 있다.

▷합성세제, 살충제, 방향제 등의 사용을 최소화한다.

▷아이들 장난감은 천연소재 제품을 선택한다. 아이들은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전자레인지 사용 시 일부 PC재질 플라스틱이나 랩으로 음식물을 씌우지 않는다. PVC 소재 랩이 뜨거운 음식에 닿으면 환경호르몬의 한 종류인 프탈레이트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100도가 넘으면 사용하지 말고,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울 때도 PVC 랩은 피해야 한다.

▷농약도 환경호르몬의 일종이다. 따라서 농산물을 먹을 때 농약을 충분히 제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식약청 식품잔류약품과에서 2008년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받아놓은 물에 1분 정도 담갔다가 흔들어 준 다음 흐르는 물에 약 3초~15초 정도 다시 한번 더 헹궈서 먹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 마루, 벽지, 타일 등 마감재를 선택할 때는 친환경 자재를 택하는 것이 좋다. 특히 친환경 벽지는 대부분 물에 녹는 수성 아크릴수지, 곰팡이억제제 등을 사용하므로 유해가스가 배출되지 않는다. 일반 벽지는 다량의 환경호르몬을 방출한다.

▷정크 푸드를 자제한다. 환경호르몬은 지용성이기때문에 혈액 속에 트랜스지방이 많으면 그 흡수가 촉진되며, 환경호르몬 중 다이옥신은 주로 동물의 지방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통조림 캔을 가스레인지나 불에 직접 올려놓고 요리하면 환경호르몬 비스페놀 A에 노출될 우려가 있으므로 캠핑이나 야외 식사 시 이같은 행동을 삼가야 한다.


<표> 주요 환경호르몬과 발생원
 
물질명발생원
다이옥신쓰레기 소각과정, 염소 표백&살균과정, 월남전 고엽제 성분
폴리카보네이트플라스틱 식기
프탈레이트인공피혁,화장품,향수,헤어스프레이,식품포장재,합성살충제 DDT 농액, 합성살충제
DDT농액, 합성살충제
알킬페놀합성세제,샴푸,형광표백제,주방용세제류
비스페놀A합성수지원료,식품과 음로 캔의 내부코팅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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