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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서운 눈, 뾰족한 턱, 무심한 표정…이 낯선 자화상이 솔드아웃?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위로 치켜올라간 매서운 눈, 뾰족한 턱, 무심한 표정의 여성이 낯선 건물 앞에 서있다. 작가 이소연의 자화상이다. 그림 속 인물은 쉽게 다가가기 힘든 모습이다. 매 작품 달라지는 공간과, 그와 어우러지는 독특한 의상과 소품도 궁금증을 더한다.

독특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자화상을 선보여온 이소연이 부산 해운대구 중동의 조현화랑(대표 조현)에서 개인전을 연다. 한국 독일 일본 등을 오가며 여덟차례 개인전을 가졌고, 이번이 아홉번째 개인전이다.

이소연 베를린 돔, Oil on Canvas. 210 x 200cm 2014 [사진 제공=조현화랑]

조현화랑에서의 개인전은 지난 2011년 조현화랑 서울 분관에서 ‘사슴숲’이라는 타이틀로 가졌던 전시에 이어 두번째다. 3년 전 대작 위주로 선보였던 서울 전시에서 이소연의 자화상 시리즈는 솔드아웃돼 파란을 일으켰다.
이번 부산 작품전의 타이틀은 ‘Am Lustgarten 1, 10178 Berlin’. 지난해 겨울부터 올 봄까지 6개월간 베를린에 체류하며 제작한 회화 17점을 출품했다.

전시 타이틀은 그가 즐겨 찾았던 베를린 돔의 주소다. 작가는 “어떤 감정 상태에도 치우치지않는, 관조적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주소를 타이틀로 달았다”고 했다. 그것은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하나의 특정공간을 가리키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익명의 공간이기도 하다. 또 언젠가는 경험하게 되는 공간일 수도 있다.

이소연 오렌지 수영복, Oil on Canvas.140x180cm 2013 [사진 제공=조현화랑]

주로 대작을 선보여온 이소연은 이번에도 베를린 돔을 배경으로, 2m가 넘는 자화상을 그리는 등 큰 스케일의 작품을 내놓았다. 웅장한 베를린 돔과 강렬한 햇살을 뒤로 하고, 전면에 당당히 서있는 작가의 모습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 레깅스, 그 위의 시스루 스커트, 칙칙한 검은 날개를 매단 스타일이 클래식한 베를린 돔과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타락한 천사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이소연의 그림에서 관객이 알 수 있는 것은 작품의 배경이 된 공간과, 작가가 입은 옷, 지니고 있는 소품이 전부다. 관객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들이다.

그런데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은 작가가 직접 경험했거나 여행했던 공간이다. 모두 실재하는 공간들이다. 이 공간에서 작가가 착용한 의상과 장신구, 소품들은 작가의 선택과 경험의 결과물이다. 그 선택에 따라 다양하고 독특한 분위기가 창출된다.
작가는 때로는 늑대가 나타날 것같은 숲 속의 빨간 망토 소녀로, 때로는 속옷만 걸친 맹랑한 로리타로 변신한다. 이러한 변신은 작가 자신의 욕망을 은유하는 동시에, 보는 이의 욕망이 투영된 것이기도 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작가와 관객은 소통하게 되고, 관객은 이소연의 끝없는 변신에 슬그머니 미소를 짓게 된다.

이소연 비단잉어, Oil on canvas,120 x 120cm 2014 [사진 제공=조현화랑]

수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소연은 독일 유학길에 올라 뮌스터 쿤스트아카데미를 졸업했다. 2004년 뒤셀도르프 NRW-포럼이 주최하는 ‘엠프라이즈 미술상’을 수상하면서 독일 현대미술계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라벤스부륵에 있는 콜럼부스 예술재단(Columbus Art Foundation)의 ‘청년작가 예술지원’에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2006년부터 이소연은 뒤셀도르프의 유서 깊은 화랑인 콘라드갤러리(Conrad Gallery)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아트 쾰른, 파리의 쇼 오프, 뉴욕의 스코프 등에 참여했다. 또 유럽과 일본, 홍콩 등지에서도 전시를 열었다. 그의 작품은 도쿄 CB collection, 독일의 Achenbach Art Consulting, Columbusartfoundation, 스페인 마드리드의 t.VIS.t Communication 등에 소장돼 있다.

이번 부산 전시에 이소연은 작품의 배경이 된 실제 장소의 이미지를 영상으로 설치해, 관객으로 하여금 작업과정 속으로 들어가볼 수 있게 했다. 전시는 5월 11일까지.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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