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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화책도 허 찌르는 푸틴, 전형적 ‘치고빠지기’ 퍼포먼스
기자회견 놓고 가지각색 해석
美 · EU는 이란式 제재 검토


‘허를 찌르는 크림반도 장악 후 나온 예상밖의 유화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유화적 제스처를 놓고 서방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의 긴 침묵을 깨고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크림반도에서 무력 사용을 할 필요성이 사라졌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뭔가 조치를 할 필요성이 없을 것이라 믿는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이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이는 시각은 드물다.

“폭력배 전술”(워싱턴포스트) “푸틴은 멈추지 않는다”(뉴욕타임스) “전형적인 퍼포먼스”(파이낸셜타임스) 등 서구언론은 사설과 기사를 통해 일제히 푸틴의 ‘치고 빠지기’ 전술을 지적하며 푸틴의 시나리오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워싱턴포스트의 기고에서 “크림반도를 장악한 푸틴의 ‘폭력배 전략’은 그의 계획과 관련해 몇가지를 암시한다”며 향후 푸틴의 행동을 단계별로 예측했다. 그는 “크림의 러시아 주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것을 알고 있어서 ‘마피아 갱스터’ 같은 마스크를 쓰고 진입할 수 있었다”며 1차 위장술이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2단계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보다 직접적 위장술을 펴고, 이에 성공하면 3단계로 키예프 정부 전복을 시도하려할 것이라는 전망했다. 특히 브레진스키는 푸틴의 행동을 1939년 히틀러의 체코슬로바키아 수데텐랜드 점령 당시의 2단계 전략에 빗댔다. 당시 히틀러는 수데텐랜드를 영국의 승인을 얻어 장악한 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체코의 나머지 지방을 병합하고 폴란드를 침공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서방의 메시지가 명확치 않으면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를 거쳐 우크라이나 전체, 나아가 폴란드와 발틱 3국의 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푸틴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현 과도정부는 불법”이라며, 오는 5월 조기 대선 결과에 따라 불복할 인상을 남겼다.

만일 ‘친서방’ 인사가 대권을 쥐게 될 경우 러시아는 쿠데타에 의해 치러진 불공정한 선거로 간주하며, 새 정부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5월 대권주자의 면면은 이런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일례로 유력 후보인 율리아 티모센코 전 총리의 경우 2004년 ‘오렌지혁명’을 이끌고 반 러시아 진영의 최일선에 섰던 인물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침입해, 동부 최대 도시 카리키프에 꼭두각시 정부를 세울 수 있다는 일부 시각을 비롯해 수많은 시리나오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영국과 미국 정부도 날선 비판을 가했다. 특히 ‘러시아 주민보호를 위해서’ ‘실각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요청으로’ 군력을 사용했다는 푸틴의 해명에 대해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터무니없다”며 빈축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 장관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추가로 침략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것은 명백하다”며 “러시아가 긴장 완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파트너 국가들도 러시아를 정치ㆍ외교·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미국이 최근 취한 것과 같은 조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데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미국과 유럽연합은 러시아에 대해 대 이란 제재와 비슷한 제재 수단을 우선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관료에 대한 비자발급 중단과 해외자산 동결 등의 조치가 대표적이다. 유럽연합(EU) 외교관들은 4일 야누코비치와 그의 측근 인사 17명의 자산을 동결하는데 합의했다. 여행금지조치까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합의는 5일 공식 추인을 거쳐 6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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