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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의원회관의 정치학…6층에서 8층으로 권력 이동…5층은 미니 국회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ㆍ오수정 인턴기자]국회의 또다른 축소판인 의원회관은 298명 국회의원의 개인 사무실이 모여 있는 만큼 의원실의 층수부터 구역 배치까지 정치의 논리가 흐른다. 소위 ‘실세’로 불리는 의원들은 전망이 좋고 접근성이 편한 로열층에서 업무를 보는 한편 다소 구석진 곳에 배치돼 서운함을 표시하는 의원도 있다. 이는 당선된 횟수를 나타내는 국회의원의 ‘선수’나 나이에 따라 의원실 배정 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의원회관 배치도를 통해서도 엿보이는 국회의원들의 정치학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국회 의원회관은 지난 2012년 완공된 신관(제2의원회관)과 리모델링을 마친 구관으로 나뉜다. 구관 의원실은 넓이가 165.29㎡(50평)으로 신관148.76㎡(45평)보다 조금 넓다. 크기가 좁아 불편했던 의원 사무실의 크기를 장관 집무실 수준(165㎡ㆍ약 50평)으로 하겠다는 리모델링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ㅂ’자 형태인 의원회관은 A부터 G권역까지 나뉜다. 국회 의사당 앞 잔디밭과 분수대가 보이는 A권역을 중심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G권역까지 7개로 구성돼 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A권역과 한강과 양화대교가 내려다보이는 D권역이 인기가 높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전경

▶6층에서 8층으로 ‘권력 이동’=6층은 전통적인 ‘로열층’이다. 6층은 직사광선이 들지 않고 높이가 적당해 예전부터 의원들의 선호도가 높다. 특히 북서쪽의 한강 조망권 프리미엄까지 확보한 D구역은 소위 ‘로열박스’로 불리며 여야 의원들이게 인기가 높다. 현재 6층 D구역에는 새누리당 이한구(618호), 남경필(619호), 진영(622호) 의원 등 새누리당 중진 인사가 모여 있다. 민주당 박지원(615호), 박기춘(616호), 김용익(614호), 노영민(613호)의원도 같은 구역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 있는 620호는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620호에는 새누리당 이운룡 초선의원이 입주해 있다. 그밖에 정문헌 (626호), 서청원(628호), 조경태(636호) 의원 등도 6층에 머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권력층이 8층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당대표, 원내대표를 포함한 대권주자, 중진 등 주요 인사들이 8층에 고루 위치하며 신(新)권력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먼저 848호에 위치한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이 지난 2012년 5월 새누리당의 당대표가 됐다. 이어 830호에 자리한 홍문종 의원도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이들 이외에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한 7선의 정몽준(801호) 의원,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822호)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인 이주영(819호) 의원, 5선의 이재오(813호) 의원 등도 8층에 자리잡고 있다.

민주당의 전병헌(810호) 원내대표도 8층에 있으며, 원내대표를 지낸 원혜영(816호) 의원실도 8층에 자리 잡고 있다. 다만 김한길(918호) 민주당 대표의 의원실은 9층에 위치하고 있다.

▶초선은 아래층, 다선은 윗층=의원회관의 의원실 배치를 분석하면 대개 초선의원은 아래층에, 다선의원은 고층에 위치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의원 사무실이 위치한 가장 낮은 층인 3층은 초선의원에게 돌아갔다. 3층에 있는 총 25개의 의원실 중 17개인 68%가 초선의원의 몫이다. 3선 이상 다선의원의 의원실은 찾아볼 수 없다. 나머지 8개의 의원실도 나성린, 강석호 등 재선의원이 모두 차지했다.

3층은 층수가 낮아 전망이 좋지 않고 ‘ㄷ’자로 꺾인 건물 구조의 구석 자리에는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도 있다. 이런 불편을 국회 영향력이 낮은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이 감수하는 것이다. 3층에는 류지영, 신의진, 민병주, 송영근, 도종환 등 초선 비례대표 의원이 자리잡고 있다. 


반면 볕이 잘 들고 특 트인 조망을 가진 꼭대기 층은 다선의원들 위주로 의원실 배치가 되어 있다. 10층 총 22개의 의원실 중 9개의 의원실이 3선 이상의 의원에게 돌아갔다. 40%가 넘는 비율이다. 국회 전체에서 3선 이상 의원의 비율이 28%에 불과한 것을 비교할 때 다선의원의 고층 선호 경향이 뚜렷함을 알 수 있다. 이해찬 의원(6선)을 비롯해 이미경(5선), 정갑윤, 김영환, 이종걸, 추미애(이상 4선), 유정복, 김재경, 김태환(이상 3선) 의원 등이 모두 10층을 사용한다.

초선으로는 이례적으로 김현(1005호), 조명철(1011호), 김상민(1015호), 김회선(1017호) 의원이 10층에 자리를 잡았다. 탈북 이력을 가지고 있는 조명철 의원의 경우 초선이지만 경호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10층에 방배분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미니 국회’ 5층=5층은 정글 같은 국회의 권력관계를 그대로 옮겨온 ‘미니 국회’다. 국회의 두 축을 이루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비롯해 통합진보당, 정의당, 최근 창당을 공식화한 새정치연합도 모두 5층에 둥지를 틀었다. 5층에 자리 잡은 총 45개의 의원실 중 새누리당 20개의 의원실, 민주당 14개의 의원실을 비롯해 통합진보당 5개, 정의당 4개의 의원실이 모두 위치한다.

특히 5층 D구역에는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한 곳에 모여 있어 눈길을 끈다. 김선동(519호), 이석기(520호), 오병윤(521호), 김미희(522호), 김재연(523호) 의원실이 모두 D구역에 위치해 서로 마주보는 구조다. 비교섭단체의 경우 국회사무처에서 의원실을 일괄 배정한다. 사무처는 “의석이 소수인 경우 의원의 편의를 위해 가까운 곳에 배치했다”고 전했다.

‘새정치’의 이웃은 끊임없는 야권연대 구애를 하고 있는 민주당이 아닌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새정치연합 창당을 공식화한 안철수 의원의 의원실은 518호에 위치한다. 전임자였던 진보당 노회찬 전 의원이 사용했던 사무실에 그대로 입주했다. 안철수 의원실의 좌측에는 정의당 대표 심상정 의원실(516호), 우측에는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실(519호)이 자리하고 있다.


▶의원실 배분 기준=국회의원들의 의원실 배분은 국회 사무처에서 처리한다. 사무처에서 정당 의석 비율에 따라 각 당의 행정국에 의원실 쿼터를 보내면 행정국에서 최종적으로 의원실을 배분하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단독으로 의원실 신청을 하면 그대로 배분받을 수 있으나 인기가 높은 곳에 중복으로 신청하는 경우 연령과 당선횟수가 고려된다. 고령이거나 다선의원인 경우 의원실 신청시 우대를 받는다.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 잔디밭과 후생관이 보이는 구역의 신관 건물이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 다만 전부터 구관에 서 업무를 보던 의원은 그대로 구관에 남아있기를 선호하는 의원도 있다고 전했다.

리모델링을 완료한 의원회관은 넓어진 크기만큼 의원실 간의 거리도 멀어졌다. 대개 의원실은 문을 활짝 열어놓고 일을 하는데 전에는 의원실이 서로 마주보는 구조였으나 리모델링을 마치며 문이 엇물리는 구조로 바뀌었다. 한 비서관은 “리모델링을 하며 의원실이 넓어져 편하긴 하지만 다른 의원실과의 사이의 거리도 넓어지고 맞은편도 없어져 교류가 줄어들게 된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krystal@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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