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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초는 웃프다
[헤럴드생생뉴스]23일이면 흩어졌던 445명의 남북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앞서 1차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됐던 터라 2차 상봉단의 기대감과 설렘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이들은 안다. 반가운 만남도 잠시 곧 이별이 온다는 것을 말이다. 이에 북녘 가족을 기다리는 남측 가족들은 당장의 기쁨과 곧 닥칠 설움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머물고 있는 강원도 속초는 웃음이나면서도 슬픈 곳이다. 그래서 속초는 웃프다.

2차 상봉을 하루 앞둔 22일 남측 가족 357명은 이날 오후 2시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 모였다. 이들은 23~25일간 금강산에서 열리는 2차 상봉에서 북측 이산가족 신청자 88명과 만난다. 이를 위해 일단 남측 가족들은 신원 확인과 건강검진 등의 등록 절차를 거친 뒤 행사를 주관하는 대한적십자사의 방북 교육을 받았다.

대한적십자사는 2차 남측 상봉단의 방북인원이 1차보다 3배 가량 많아 등록 부스를 10개에서 20개로 확대하고 지원 인력도 30% 늘린 150여명을 투입했다.

대한적십자사측에 따르면 이번 2차 상봉 가족들은 표정이 한결 밝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상봉 당일인 23일 오전 8시 속초를 출발, 강원도 고성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오후 1시께 상봉 장소인 금강산에 도착한다.

이어 오후 3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리는 ‘단체상봉’에서 첫 재회 후 오후 7시 남측 주최의 환영만찬에 참석한다. 또 24일 개별 및 단체 상봉, 공동중식, 25일 ‘작별상봉’ 등 2박3일간 6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만나게 된다.

60년을 기다려 만나는 시간은 고작 11시간에 불과하다. 때문에 헤어지는 순간은 그 어떤 이별보다 아플 수밖에 없다.

이는 1차 상봉 때도 확인됐다.

실제 22일 금강산은 서러운 흐느낌과 애통한 울음소리로 흔들렸다. 이산가족들이 짧았던 2박3일의 만남을 정리하는 ‘작별상봉’이 열렸다. 50대 형제들은 뜨거운 포옹을 끝으로 남북으로 다시 갈라져야 했고, 80대 할아버지는 훗날 언제다시 볼지 몰라 그저 “살아줘서 고맙다. 몸 건강히 해라”라고 울먹이기만 했다.

헤어짐의 슬픔을 이기지 못한 고령자들은 급격하게 기력을 잃기도 했다. 자매끼리 끌어안고 울다가 실신해 의료진의 응급처치를 받거나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입원했다가 이번 상봉을 위해 2주 전 깁스를 풀고온 한 할머니는 몸이 아파 작별상봉마저 나오지 못했다.

이별의 슬픔이 전해진 마지막 장면은 버스였다. 북쪽 가족들은 버스 앞에 나와 눈물을 훔치며 손을 흔들어 배웅했고,남측 가족들은 창문을 어루만지며 형제의 온기라도 간진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이산가족 가운데 5명은 귀환 직후 속초병원으로 향했다. 2명은 건강 악화로 응급차에 실려 귀환했다.

이처럼 누군가는 이별의 슬픔을 가슴 깊숙히 담고 속초로 돌아왔지만, 이는 2차 상봉단도 예외가 아니다. 머지않아 속초 앞바다가 또다시 울음바다가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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