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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팍스 사우디아메리카나’ 시대
셰일혁명으로 에너지패권 넘어 글로벌 정치·경제패권까지 장악…‘G1’의 시대로
중동지역서 美 입김 확대
이란과의 核협상에서도 주도권
유럽국가들 脫러시아 부추겨

셰일가스 매장량 1위 중국도
美에 채굴기술 손 내밀어야 할 처지
“G2 세력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사우디아메리카.’

미국이 셰일혁명으로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 된다는 낙관적 전망을 담은 신조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구호는 과장 광고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경제성 있는 셰일오일ㆍ가스 대량생산이 본격화되면서다. 2015년이면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ㆍ천연가스 생산국 지위에 오른다.

중동 중심의 세계 에너지 지도를 다시 쓴 미국은 국제 정치 무대에서도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 막대한 셰일 에너지를 앞세운 미국 중심의 새로운 세계 질서, 바야흐로 ‘팍스 사우디아메리카나’ 시대가 열리고 있다.

▶對중동…이란 핵 잠정포기=셰일혁명으로 중동산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분위기는 지난달 이란과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의 핵 협상에서 감지된다. 올 초까지만 해도 이스라엘과 군사 충돌 직전까지 갔던 이란이 돌연 태도를 바꾸고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잠정 중단한 데는 미국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중동 에너지 전문가 대니얼 예긴 IHS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협회장은 미국의 압도적 에너지 생산 능력이 대이란 경제 제재 효과를 배가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의 공급량 증가가 아니었다면 이란 제재 조치는 이렇게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란 금수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셰일 에너지 덕에 세계 시장에 석유파동이 재연되지 않을 것이란 데 서방권이 의견을 모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3년 가까이 꺼져가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 불씨도 되살려 놨다. 지난 7월 미국은 내년 4월 최종 합의안 도출이라는 시간표를 제시하고 협상 타결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반면 중동에서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지고 있다. 냉전 시기부터 60여년간 이어져온 양측의 끈끈한 협력관계가 셰일혁명으로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중동 역학구도에서 미국에 밀려 자칫 소외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돌고 있다.

급기야 영국 주재 사우디 대사인 모하메드 빈 나와프 빈 압둘라지즈 알사우드는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서방이 이란과 시리아 문제에 개입해 중동 지역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며 독자 노선을 걸을 것임을 시사했다. 투르키 알파이잘 사우디 왕자가 모나코 세계정책회의(WPC)에 참석해 “(미국, 이란과) 같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데도 우리만 쏙 빠져 있었다”며 미국에 섭섭함을 드러낸 지 3일 만이다.

▶對유럽…‘脫러시아’ 가속=유럽에서도 세력구도는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천연가스를 무기로 서유럽까지 압박했던 러시아의 ‘파이프라인 정치’는 미국이란 암초에 부딪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옛 소련권 국가들에서 러시아의 입지가 눈에 띄게 좁아지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세르비아는 각각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협력을 놓고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웠다. 반(反)러시아 시위가 격화된 우크라이나에선 시민들이 구소련의 상징인 레닌 동상을 철거하기까지 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가스 초과생산으로 2009년부터 북ㆍ서유럽 가스 수입국들은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가격결정권을 가져왔다”며 “동유럽에선 연이은 서방국들의 가스 개발 투자로 ‘탈(脫) 러시아’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의 석유메이저 셰브론은 우크라이나 셰일가스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총 투자액만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사업이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등 유럽의 셰일가스 매장국들이 미국과 ‘셰일 협력’을 강화하게 되면 러시아의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세계 에너지 담화를 주도해왔던 독일도 최근 미국 앞에서 힘을 잃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재생에너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장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에너지 변환(Energiewende)’론이 장기화된 불황으로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에 부딪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對중국ㆍ신흥국…美 셰일협력 절실=세계에서 가장 많은 셰일가스(25조㎥)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셰일가스 개발을 위해 미국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 상황이다.

대기오염 및 에너지원 다변화 등의 문제들을 떠안고 있는 중국에서 셰일가스가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셰일가스 기술은 미국에 비해 30년 이상 뒤처져 있어 협력이 불가피하다.

우쓰커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CPPCC) 외교위원회 위원은 최근 ‘차이나유에스 포커스’ 기고문에서 “미국의 셰일가스 기술 상용화는 미ㆍ중 관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다”며 “셰일가스 개발을 위해 중국은 미국과 새로운 방향의 협력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이미 마이어스 제프 미국 라이스대 교수도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해진 미국에 비해 이란과 시리아 등 중동 국가들을 지원하려는 중국의 전략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셰일혁명으로 G2 세력균형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존 호프마이스터 전 셸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중국과 인도 등에서 전통적 에너지원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셰일혁명이 신흥국에서 미국이 재부상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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