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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1호 여성 아트컬렉터…좋은 작품은 값을 깎지 않았다
40년간 모은 작품 대중과 함께…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회심작
한솔뮤지엄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맏딸인 이인희(85·사진) 한솔그룹 고문의 ‘필생의 회심작’이다.

경북여고를 나와 이화여대 가정과를 다니다가 결혼한 이인희 고문은 어렸을 때부터 부친인 이병철 회장이 도자기, 회화, 조각 등에 남다른 관심을 쏟으며 수집하는 것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봐 왔다. 이후 그룹 승계과정에서 한솔제지와 신라호텔을 보유하게 되며 아트컬렉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국내 여성 아트컬렉터 중 명실상부 ‘1호’인 그는 국내외 미술관과 화랑을 자주 순례하며 좋은 작품이 나오면 값을 거의 깎지 않고 구입했다.

그때만 해도 여성 기업인이 미술품을 수집하는 예가 거의 없어 그의 행보는 단연 돋보였다. 열정적으로 수집해 온 아트 컬렉션이 제법 쌓여가자 이 고문은 ‘언젠가는 멋진 전원형 미술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그 염원은 마침내 실현됐다. 한솔뮤지엄에는 40여년간 수집하며 정이 듬뿍 들었던 작품들을 대중과 나누기위한 전시실이 꾸며졌다. 전시실은 그의 호를 따 ‘청조(淸照)갤러리’로 명명됐다.

이 고문의 컬렉션 중에는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의 작품은 물론이고 정규, 이쾌대, 등 여간해선 접하기 힘든 한국 근ㆍ현대 작가의 수작이 대거 포함됐다. 종이회사의 특성을 살려 종이를 활용해 작업하는 국내외 작가 작품을 각별히 챙기며 컬렉션한 것도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또 백남준의 작품도 여러 점 수집했다.

한솔뮤지엄에 내걸린 작품들은 한 점 한 점이 이 고문의 지난 40년간의 땀과 사랑, 의지가 배어 있는 것들이다. 건물이야 3~4년이면 충분히 세울 수 있지만, 뮤지엄의 ‘심장’에 해당되는 ‘심도 있는 콘텐츠’는 하루 아침에 ‘뚝딱’하고 만들 순 없는 법이다. 미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우선돼야 한다. 이 고문의 오랜 미술사랑은 오늘 강원도에 ‘차별화된 미술관’으로 결실을 맺었고, 누구나 감상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이 고문은 자신의 컬렉션만으로도 충분히 미술관을 꾸밀 수 있었으나 ‘보다 먼 미래를 위해 제임스 터렐관을 짓자’는 재단 실무진의 제의를 수용해 뮤지엄 끝자락에 또 다른 ‘명작’을 추가시켰다. 이제 우리가 이를 마음껏 즐기고 음미하는 일만 남았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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