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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은 부부의 날...평생함께 산 우리부부, 다시 결혼했어요
[헤럴드경제=서상범ㆍ신동윤 기자] “부부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요즘 할아버지가 만약 먼저 떠나버리면 어쩌나 항상 고민해요. 만약에라도 나 혼자 남으면 감당을 못할 것 같아요”

“물어보나마나 할머니가 있는 게 좋지. 할머니가 없으면 살 맛 안날 것 같아. 이런 표현 평소에 안해도 속으로 다 아는거지 뭐”

부부생활 61년째. 결혼생활로만 환갑을 맞이한 노부부가 있다. 최기선(89), 정보옥(여ㆍ81) 부부는 지난 8일 서울 송파구청이 주최한 리마인드 웨딩에 참여한 최고령 ‘커플’이다.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 자택에서 만난 정 씨는 “나이 먹어서 다시 결혼을 했다 생각하니 마음이 새롭다”며 수줍게 말했다.

부부의 삶은 만남부터 한국사의 굴곡이 깃들여져 있다. 이북출신인 최 씨는 6ㆍ25전쟁 당시 인민군에 지원해 혈혈단신으로 한국으로 내려온 후 귀순했다. 가까이에 친인척 하나 없었다. 당시 20살이던 정 씨와는 중매를 통해 만났고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친척 말에 1952년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결혼 후 부부의 삶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직업군인이던 최 씨가 중사로 제대한 후 먹고 살기 위해 부부는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정 씨는 “남가좌동에서 쪽방을 얻어 서울생활을 시작했다’며 “남편은 일용직 노동자로, 나는 과일행상, 꽃장사를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최 씨부부는 부동산업을 통해 한때 재산을 모아 성남에 작은 집을 마련하고 상가도 지었지만 사기로 전 재산을 잃고 말았다.

쫓기듯 찾아온 이 곳 송파구의 연립주택에서 부부는 청소일 등을 하며 근근히 생활하고 있지만 부부는 지금의 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둘이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정 씨는 “작은일부터 하나하나 서로가 신경쓰면서 함께 고민하고 도와주고 있어 남부러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슬하에 아들만 다섯을 둔 부부는 어려운 환경 때문에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 점이 항상 미안한 마음이라며 “우리가 해준 것이 없다 보니 나중에 자식에게 짐이 되지 말자는 마음으로 더욱 의지하며 함께 살아왔다”고 말했다.

부부의 의미에 대해서 정 씨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되고 의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 최 씨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버티는 가장 큰 힘이 부부”라며 “만약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지금의 행복한 생활은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 씨 부부는 경로당에서 식을 다시 올렸으니 자꾸 한 턱 쏘라는 이야기를 해 국수를 대접할 예정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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