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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유머·재치 넘치는 이색 건배사 원더걸스…아우성…
원하는만큼 더도 말고 걸맞게 스스로 마시자!
아름다운 우리들의 성공을 위하여…


술잔이 돌아간다. 건배사가 나올 순간이다. 모두 귀를 기울인다. 기막힌 한 마디가 나오면 회식 분위기는 ‘업(UP)’된다. 반면 유머와 재치가 없다면 분위기는 ‘다운(DOWN)’되고 실패한 건배사로 기억된다.

요즘 건배사는 줄임말이 대세다. 젊은 직장인들은 인기 걸그룹의 이름을 딴 건배사를 애용한다. 몇 달 전 취업에 성공한 김모(28) 씨는 “건배사를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에서 ‘소녀시대(소중한 여러분 시방 (잔) 대보자)’와 ‘원더걸스(원하는 만큼만, 더도 말고, 걸맞게, 스스로 마시자)’를 보고 회식자리에서 사용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재미야 있지만 성(性)희롱 논란의 여지가 있는 건배사도 있다. ‘성행위(성공과 행복을 위하여)’ ‘아우성(아름다운 우리들의 성공을 위하여)’ 등이다.


서울 소재 중소업체 직원 최모(29ㆍ여) 씨는 “간혹 듣기 민망한 성 관련 단어를 건배사로 사용하는 상사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외국인과의 술자리가 일상화되면서 건배사를 외국어로 외치기도 한다. 대기업 해외영업 사원 고모(30) 씨는 “건배를 뜻하는 깐빼이(중국어)ㆍ스하로쇼네(러시아어)ㆍ살루테(이탈리아어) 등 외국어가 어색하지 않다”면서 “하쿠나 마타타(괜찮아, 걱정하지 마ㆍ아프리카 스와힐리어) 등 정체불명의 언어까지 가끔 사용한다”고 말했다.

사실 건배사에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유행이 담겨 있다. 여의도 증권가 주식투자자 사이에서는 ‘상한가(상심 말고, 한탄 말고, 가슴 펴자)’라는 건배사가 자주 등장하고, 정권 말기 자리가 위태로운 정부 고위 공무원 사이에서는 ‘남행열차(남다른 행동과 열정으로 차기 정권에서 살아남자)’라는 구호가 유행한다.

대선이 코앞인 요즘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지지자 사이에서 ‘대박(대통령 박근혜)’이라는 건배사가 나오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지지자는 ‘박차고 문 열자’라고 외친다.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됐던 몇 년 전에는 ‘재건축(재미있고 건강하고 축복받자)’ ‘재개발(재치 있고 개성 있고 발랄하게)’이란 건배사가 유행했지만 요즘 부동산 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이런 건배사는 자취를 감췄다.

직장생활 21년째인 김모(47) 씨는 “요즘 대학생들은 건배사를 구식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재치 있는 건배사 한 마디는 인간관계를 한층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민상식 기자/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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