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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D빛으로 ‘시간의 흐름’구현한 박진원의 풍경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너른 강가를 배경으로 서있는 소나무들 뒤로, 붉은 태양이 서서히 떠오른다. 강가를 온통 붉게 물들이던 빛은 어느새 하늘 저편으로 사라진다. 모노톤의 화폭은 일출과 일몰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대자연의 장대한 퍼포먼스를 아름답게 드러내고 있다.

구약성경 창세기의 “창조주가 ‘빛이 있으라’하자 빛이 생겨났고, 큰 두 빛을 놓아 땅을 환히 비추자 그 중 큰 빛은 낮을, 보다 작은 빛은 밤이 되었다”는 귀절이 그대로 떠올려지는 이 풍경화는 박진원의 ‘Genesis’라는 작품이다.

박진원은 정지된 화폭에 시간의 흐름을 구현하는 작가다. 그는 ‘움직이는 빛이 있는 풍경화’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박진원은 전통회화의 매체인 캔버스에, 발광다이오드(LED) 라이팅을 연속적으로 구현하는 시퀀서(Sequencer)프로그램을 차용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을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무채색의 캔버스를 서서히 물들이며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는 LED 빛들은 일정한 시간대로 무한반복되면서 자연의 순환을 그윽하게 보여준다.



이렇듯 정지된 풍경화가 아니라 움직이는 그림을 제작하는 박진원은 대학시절 유명 그룹사운드 ‘컬트’에서 활동하면서 시각적 장르인 음악을 회화적으로 구현하는데 관심을 갖고 이를 끈질기게 실험한 끝에 남다른 작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는 절제된 모노톤의 화면에 빛을 더함으로써 공간적 장르인 회화에 시간성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그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이브랜드 3층의 갤러리작(대표 권정화)에서 21일 개막된다. ‘투더 글로리(To the Glory)’라는 타이틀로 오는 12월8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성서 창세기의 내용을 모티브로 제작한 다양한 풍경작업이 출품됐다.



박진원의 ‘Genesis’시리즈는 우주 창조의 순간을 바다, 산, 나무, 해 등 온전히 자연 소재만으로 압축해낸다. 그가 평면에 구현한 공간은 빛의 은은한 변화에서 비롯된 시간적 거리감과 원근감이 자연의 절대 진리를 찬란하게 드러낸다.
작가는 너나없이 욕망에 지배당하는 현대사회에서 오히려 표현을 최대한 절제한 화폭과 담담한 여백을 통해 차분한 여유와 안식을 선사하려 한다. 호수와 강에 비친 잔잔한 빛의 그림자를 통해 인간 삶의 궤적과 자연의 순환 등을 드러낸 작품은 한편의 아름다운 음악시(詩)같다.

다분히 명상적인 박진원의 작품은 지난 5월 개최된 홍콩크리스티 경매와 10월의 홍콩아트쇼(ACAS)에서 호평받은 바 있다. 또 오스트리아 찰츠부르크 아트페어를 비롯해 여러 해외 전시에 출품되기도 했다.

박진원은 서울 출생으로 추계예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뒤 영국 UWIC (University of Wales Institute Cardiff)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의 ‘빛의 회화’는 기존의 미디어아트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업이란 점에서 미래 가능성을 점치게 하고 있다. 02)2155-2351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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