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하는 中 우리에겐 위협적
선진국 진입 앞두고 대응 시급
‘나눔’만 강조하는 정책은 위험
‘키움’과 함께 선진국 문턱 넘어야
얼마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금융포럼’에는 많은 참석자가 몰리면서 성황을 이루었다. 특히 많은 금융관계자가 모여 자기 회사에 대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발표자나 패널리스트에게 접근해 명함을 건네고 건네받는 모습은 그 자체가 흥미로웠다. 발표자의 명함이 금방 동이 나버릴 정도로 많은 관계자가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며 중국의 새로운 발전 전략의 방향성이 느껴졌다.
중국은 이제 수출뿐만이 아닌 내수와 서비스산업에서 기회를 포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 최근의 중국을 둘러싼 환경과 관련해 최고의 화두는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이라는 주제다. 1인당 소득이 5000달러를 막 넘은 중국이 1만달러로 가려는 의도를 갖고 움직이고 있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우선 전 세계적 위기로 인해 수출이 힘들어지고 있고, 이로 인한 불황의 그림자가 상당 부분 중국 경제를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마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그동안 유지되던 국제경쟁력이 서서히 훼손되고 있다.
신기술을 스스로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 혁신적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지만 이 부분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고민은 지금부터 어떻게 소득을 더욱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부각되는 화두는 역시 서비스업과 내수산업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금융업은 새로운 단계의 산업 발전에 대한 지원을 하는 동시에 스스로 성장동력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중진국 함정을 탈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인력이 금융업에 관심을 갖고 이를 개척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발전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고 발전의 초기단계에서 새로운 것에 목말라 하는 상황이 여실히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산업 발전은 대단히 힘든 주제가 되어버렸다. 금융 부문과 실물 부문의 괴리로 인해 글로벌 경제위기가 초래되었다는 일반의 인식이 강한 상황에서 금융의 역할은 실물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산업으로서의 금융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발전하려면 실물에 대한 지원 기능 강화만으로는 부족하고 오히려 실물 부문과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 스스로의 발전을 모색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금융산업의 발전이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중국의 금융산업이 이러한 두 개의 상반된 움직임을 잘 반영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해 나가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제이고 이러한 고민은 정책당국을 포함한 업계 선도그룹에서도 상당 부분 확인해 볼 수 있다.
우리의 사정은 어떠한가. 1997년 불거진 외환위기를 잘 극복하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대를 달성한 우리의 모습이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선진국 진입을 코앞에 두고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특히 중국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각별한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키움’이 갖는 가치는 각별하다. ‘나눔’만을 강조하고 ‘키움’을 소홀히 하다가 중국에 따라잡힐 경우 나눌 것 자체가 줄어들어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은 매우 조심스럽다.
중국이 내수와 외수의 균형적 성장을 통해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게 되는 경우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겠지만 중국에 따라잡히는 경우 그에 따른 리스크는 상당하다는 점에서 우리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 국면에 처한 한국 경제는 ‘키움’과 ‘나눔’의 조화를 통해 ‘선진국 문턱 함정’을 극복하는 것을 최우선적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