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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원 · 달러 환율 세 자릿수 시대 대비해야
환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23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100.0원까지 떨어지는 등 연중 최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지난 6월만 해도 1180원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매우 가파르다. 일단 당국의 미세한 개입으로 1100원 선은 가까스로 방어했지만 추가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금도 원화 가치가 10%가량 저평가돼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인 것을 보면 1000원 선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화 약세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는 극단적 전망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환율이 내리는 것은 시중에 달러가 넘친다는 얘기다. 그리스의 유로 탈퇴 우려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재정 악화 등 유로 위기가 유럽연합(EU)의 총력전으로 웬만큼 진정됐고, 무엇보다 미국의 3차 양적 완화 정책으로 달러 유동성이 늘어난 게 그 원인이다. 거기에 국내적으로 무역수지 흑자가 꾸준히 쌓이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승 등으로 우리 시장에 외국 자본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환율 하락을 경계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크게 의존하고 있는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수출이 줄어들면 경제 전반의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유 등 원자재 수입가격 하락으로 물가를 잡는 이점도 있다. 환율 하락에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하락 진행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원화 가치는 올 들어 전고점 대비 6.8%, 지난해 말 대비 4.2% 상승했다. 중국과 필리핀 홍콩 등 주변국들도 달러 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처럼 변동 폭이 크지는 않다. 환율은 오르든 내리든 어차피 양면성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속도는 완만하게 움직이는 게 좋다. 그래야 정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충분히 대비하고 경제 전반의 충격도 줄어든다.

이제는 환율 세 자리 시대를 대비해야 할 때다. 우선 정부는 달러를 풀어 직접 시장에 개입하기보다는 금리정책 등을 탄력적으로 활용하며 환율 변동의 완급을 어느 정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또 원화 강세로 중소 수출기업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지원 방안을 꼼꼼히 챙기는 것도 필수다. 기업은 그동안 누렸던 고환율 정책의 단맛부터 잊어야 한다. 제품 품질ㆍ서비스ㆍ브랜드 등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기본이다. 마른 수건 짜며 견뎠던 달러당 800원대 때의 경험과 각오를 되살려 기업 체질을 강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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