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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경제민주화가 이뤄지면 행복할까/이해준 문화부장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가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와 대기업-중소기업 간 균형발전, 복지 확대, 성장과 분배의 조화는 비켜갈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특히 ’경제살리기’를 기치로 내건 이명박 정부가 지난 5년 간 대기업 중심의 성장에 치중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고용이 더 불안정해지면서 경제민주화가 요구가 폭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민주화가 이뤄지면 우리 사회의 문제가 해결될까?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완화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살아나고 국민들이 더 행복해질까? 여러 의문이 든다. 오히려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심지어 제로성장의 위험마저 증대되면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에, 정치적 계산을 노린 경제민주화 구호만 난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경제는 지금 구조적 저성장의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도 성장률 전망을 2.4%로 낮췄고, 내년에도 세계경제 회복을 전제로 3.2% 성장을 예상했다. 하지만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부진, 중국의 성장둔화 등 여건이 만만치 않아 2%대에 머물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일부 기관은 내년 2%대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올해 한은의 소비자물가 전망치가 2.3%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것마저 빈껍데기 성장일 가능성이 많다. 게다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경제의 상당부분은 정체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실질적인 제로성장의 충격에 대비하는 게 오히려 적절한 선택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민주화만 갖고는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를 풀 수 없다.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는 성장이 일자리 확대와 복지 증진, 양극화 해소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성장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장률이 얼마 높아지면 일자리가 얼마나 늘어나고 복지가 확대된다는 가설도 이젠 현실에 맞지 않는다. 실제로는 고용없는 성장, 축소 고용의 성장이 펼쳐지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작업을 게을리해서는 안되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둘째는 정치권과 정부는 물론 기업, 노동계, 시민사회가 참여해 제로성장을 염두에 두고 고통을 나누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사회적 패자도 최소한의 인격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과 노동계는 일자리를 나누기 위한 노동시간 축소와 임금 감축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세째는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경제성장이 풍요를 가져다 줄 것이란 믿음, 물질적 욕망 충족을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미몽’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실 물질적 욕망충족은 한계가 있으며, 현재와 같은 상업주의 물결 속에선 끝없는 만족의 결핍 상태에 빠져들게 만든다. 소득과 행복도의 관계를 보더라도 1인당 소득이 1만5000~2만달러로 높아질 때까지는 행복도가 소득에 비례해 높아지지만 2만달러를 넘어서면 행복도는 정체한다. 물질에 대한 욕망 충족에만 매달린 결과다.

이를 감안하지 않는 경제민주화 구호는 빈수레처럼 소리만 요란할 뿐 또다른 좌절감만을 남길 것이 분명해 보인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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