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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광해
“강릉부에서 8월 25일 사시에 해가 환하고 맑았는데, 갑자기 어떤 물건이 하늘에 나타나 작은 소리를 냈습니다. 형체는 큰 호리병 같은데 위는 뾰족하고 아래는 컸으며 (중략) 아래로 떨어질 때 그 색이 매우 붉었고….”

1609년 강원도 감사 이형욱은 강릉에서 대낮에 목격된 기이한 광경을 보고했다. 같은 날 강릉뿐 아니라 춘천 등 곳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목격됐다. 조선왕조실록이 전한 UFO 목격담 중 가장 구체적인 것이다.

1609년은 광해군이 즉위한 이듬해. 왜란으로 피폐한 민심을 추스를 시기였다. 당시론 도저히 알 도리 없는 UFO 목격담은 광해군 반대쪽에선 흉흉한 민심의 소잿거리로 썼을 법하다.

광해군은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은 ‘문제적 인간’이다. 그가 다시 우리 곁으로 온 것은 이번주에 1000만명 돌파가 예상되는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 때문이다. 


광해는 어미를 폐하고 동생을 죽인 폭군으로, 조정을 피로 물들게 한 폭군이 사극을 통해 형성된 고정 이미지였다. 하지만 격변기에 자주적 실용주의 외교를 추진하고 대동법을 추진, 백성을 위한 정책을 편 개혁군주로 재조명받는 분위기다. 그의 실정도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란 점에서 인조반정에 성공한 측이 쿠데타의 정당성을 설파하기 위해 광해군을 폭군으로 몰아갔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광해군을 개혁군주로 평가하는 것이야 말로 또 다른 반정(反正)이란 반론도 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광해를 보고 빈 객석에서 10분을 말없이 울었다. 이튿날 문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생각을 많이 나게 했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당시의 균형외교를 떠올렸다는 것이다. 역사는 무엇을 기록할지 두고 볼 일이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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