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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강우현> 공공상상 살아있나?
예산편성 단타성 이벤트 지양
돈 새는 곳 없도록 제대로 써야
돈 없이도 할 수 있는 공공상상
무형의 자산 살려 공공 개혁해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영상을 상상이라 한다. 자신감이나 두려움은 상상의 산물이다. 성공과 실패를 예견하는 감성의 세계, 상상은 자유다. 자유로운 상상이 상상을 낳고 상상으로 상상을 만든다. 대선을 앞두고 난무하는 수많은 공약들, 그러나 아직 희망어린 상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복지도 좋고 안보나 일자리 경제도 좋지만, 국민이 상상할 수 있는 상식적인 정책이 기대된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새해 예산 편성, ‘공공예산 나누기’도 거의 마무리된 모양이다. 예산을 타서 쓰는 입장에서는 ‘너무 깎였다’고 울상이다.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예산이 없어 못 하겠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돈으로만 해결될 일은 아닐 터이다. 반대로, 예산이 없어서 중도에 포기해도 될 사업이라면 시작하지 않았어도 될 일이다.

공공예산을 쓰는 이들을 보면 참 이상한 버릇이 있다. 돈을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다. 수십억 수백억원을 쓰면서도 아까운 줄 모른다. 국민을 위하는 건 좋지만 자기 돈이라도 그렇게 쓸까? 일단 예산확보만 하고 보자는 식, 예산을 잘 따오는 단체장이나 의원이 좋은 평가를 받는 세상이다. 그런 ‘관행’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어렵사리 얻어온 예산을 잘 쓰자는 얘기를 하려는 거다.

아무리 객관적 평가와 감사를 해도 찾아낼 수 없는 것이 제도나 관행의 뒤에 숨은 공공예산의 낭비벽이다. 안 해도 되는 사업에 들어가는 돈과 잘못 쓰이는 돈이 기하학적이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 부분을 개혁해 달라는 거다. 전문성이 없는 담당자들에 의해 입안된 공공사업들을 조금만 살펴보면 요즘 화두로 등장한 복지예산으로 돌릴 수도 있다. 생활복지를 넘어 문화복지 단계로 나아갈 수도 있다. 공기관이 ‘안 해도 될’ 일은 버리고 ‘해야 할 일’은 제대로, 공공상상 두 가지.

첫째, 안 해도 될 일을 막아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이 벌이는 사업이 너무 많다. 상업성이 수반되거나 단타성 이벤트 행사는 민간이 하는 것이 낫다. 숫자 채우기식의 단기 일자리는 오히려 희망을 앗아갈 뿐이다. 최소한 3년짜리 적금을 부울 수는 있어야 안정된 일자리다. 정부가 무슨 수로 그런 일자리를 만드나? 민간 몫이다. 공공성을 빙자해 민간 서포터즈를 동원하는 이벤트 행사, 담당 공무원들에게 수당을 줘야 한다면 이것도 민간 몫이다. 관광지를 만들겠다고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부지 매입비는 경제를 정체시키는 요인이다.

둘째, 꼭 해야 할 일에 필요한 돈이라면 ‘제대로’ 써야 한다. 돈의 가치나 쓰는 방법을 모르면서도 안다고 믿다가 제 꾀에 넘어가는 공공사업 담당자들이 많다. 감사 규정에 따라 수많은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도 돈이 샌다. 공청회, 전문가 자문, 여론조사 과정에서 예산이 부풀려진다. 예산부서에서 미리 정해진 비율대로 깎아야 입력이 된다니 다시 부풀리고, 추경에서 되살아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고무줄 예산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일 대선주자가 ‘돈 잘 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공공개혁 차원에서 다뤄볼 만한 일이다. 돈이 샐 수밖에 없는 감사규정이나 제도만 바꿔도 원하는 복지예산 늘릴 곳은 많다.

서울 광진구가 기존의 청사를 동화나라공화국 중앙청으로 부르겠다고 한다. 황당한 이야기 같지만 상상의 산물이다. 동화나라로 불린다면 어린이대공원을 포함해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심도 끌게 될 것이다. 시설이나 토목사업을 안 해도 되니 예산도 불필요하다. 주민들과 함께 희망과 비전을 먼저 나누는 일, 이것이 상상세계다. 내년에도 경제는 비관적이다. 가시적인 성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비예산, 저예산, 절약예산, 양심예산에도 관심을 가져 보자. 공공상상은 돈이 없이도 할 수 있는 사업으로부터 나온다. 살려야 할 무형의 자산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공개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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