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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정덕상> ‘증오의 정치’ 종언, 그 시발점에서…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지만, 그렇다고 절반의 지지를 얻어 절반을 적으로 돌리는 증오의 정치는 끝내야 하지 않을까. 그게 국민이 진정 원하는 정치가 아닐까. 끊임없이 과거가 부정되는 단절의 역사는 끝날 때가 됐다.


1992년 최초의 문민 대통령이 선출된 후 꼭 20년 만에 대선을 치른다. 7080세대, 40~50대는 유신의 종언과 산업화ㆍ민주화를 이끌어온 주역이며, 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까지 그 세대가 선택한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한편 그런 정치적인 자만심이 청산 위기에 처한 작금의 정치현실을 만들고 있는 주범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의 중추세력이고, 아픈 청춘들을 위한 미래를 예비하는 세대라는 엄연한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들의 눈에 비친 대선주자들의 행보는 거슬린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단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여전히 국민과의 소통에 서툴고 인의 장막 속에 갇혀 있는 듯하다. 과거를 묻어두고 미래로 가자는데, 과거에 바탕하지 않는 미래는 무엇인가. 5ㆍ16, 유신, 인혁당 사건이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공적(公的) 역사관을 갖는 데 1998년 정치입문 후 14년이 걸렸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참여정부의 빛만 누리고, 그늘에 대해서는 성찰과 반성이 없다. 금산분리ㆍ출총제 폐지 등 재벌 해체에 버금가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부작용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그가 속한 민주당은 수권능력에 대해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기성정치로는 해석 불능한 정치문법을 쓰고 있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출마 자체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정치실험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한번 해보고 아니면 그만일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출마선언 몇 시간 전에 전문가의 조언을 구한 흔적이 역력하고, 아직 1호 공약조차 못 냈다. 이념 대신 상식, 경쟁보다 배려, 분열을 넘어 융합을 말하고 있지만, 전무한 정치경험과 실체가 없는 세력이 걸린다. 미덥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자화상은 어둡다. 대선주자들은 중병에 걸렸다고 한다. 맞다. 고용 없는 성장, 부와 교육까지 대물림하는 20 대 80의 양극화,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는 광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매년 보병 1개사단 규모씩 자살하는 희망이 없는 사회, 비정규직 폭탄은 800만명이다. 극단적으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불안한 사회다.

대선주자들은 경제민주화, 복지, 대통합이 만병통치약인 양 처방전을 내놨지만 여전히 뜬구름 잡는 식이다. 우리 사회의 모순이 한꺼번에 해결되리라고 믿는 어리석은 유권자는 한 명도 없다.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하면 후대에 평가받을 수 있다.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지만, 그렇다고 절반의 지지를 얻어 절반을 적으로 돌리는 증오의 정치는 끝내야 하지 않을까. 그게 국민이 진정 원하는 정치가 아닐까. 끊임없이 과거가 부정되는 단절의 역사는 끝날 때가 됐다. 좌와 우, 보수와 진보로 휘청거리면서 사회적 비용은 쓸 만큼 썼다.

1956년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게 우리나라 최초의 선거 슬로건이었다고 한다. 그 후 선거는 이전 정권을 심판하고 증오를 부추겨 내 편 네 편을 갈라왔다. 이번 대선은 과거정권 심판론이 상대적으로 희석됐다. 박 후보가 당선돼도 정권교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다. 마침 박 후보가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고, 문ㆍ안 후보가 잘한 일이라고도 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아름다운 모습이다. 선거 공익광고를 ‘미워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로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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