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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산업의 허리, 중견기업이 튼튼해야
얼마 전 ‘둘째의 서러움’이라는 키워드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머물러 있던 적이 있다. 한 온라인 커뮤티니 게시판에 둘째가 느끼는 서러운 상황들을 만화로 그려낸 것이다. 상황은 이렇다. 둘째가 과자를 뺏어 먹은 오빠에게 화를 낸다. 그러나 엄마는 앞뒤도 따지지 않고 둘째를 혼낸다. 또 둘째는 자신의 과자를 먹고 있는 막내에게 너그럽게 대했음에도, 갑자기 막내가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또 혼이 나고 만다. 결국 ‘중간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둘째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법한 상황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 낸 것이다.

사실 과거에는 둘째가 ‘찬밥 신세’라는 것은 둘째들만이 느끼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첫째가 집안의 기둥이라며 음식, 의복, 교육 등에서 우선 순위를 차지했다면, 막내는 집안의 활력소로서 귀여움을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반면 둘째는 첫째의 것을 물려받는 것이 일상이었고 막둥이 동생에게는 양보를 강요당한 것이 일반적인 ‘법칙’이었다.

그렇다면 한 집안의 둘째와 위치가 비슷한 중견기업의 경우는 어떨까. 얼마 전 신문기사에 100곳의 CEO 중 38%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것을 후회한다’고 응답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가장 큰 이유는 정책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것이고 세금 부담이 증가했다는 것이 두 번째다. 첫째인 대기업과 막내인 중소기업 사이에 끼게 되면서 어정쩡한 위치에 놓이게 됐고, 과거 지원받던 사항이 뚝 끊기게 된 것을 경영활동을 통해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이란 3년간 연매출 1500억원 이상이지만 대기업군에 속하지 않는 회사를 뜻한다. 그만큼 중견기업 대열에 들어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을 졸업했다는 기쁨도 잠시, 중소기업 때 누리던 각종 혜택은 사라지고 규제는 늘어 금융권 이자도 대기업 수준으로 껑충 뛰게 된다. 결국 중견기업들은 중소기업의 혜택을 보기 위해 회사의 덩치를 키우지 않고 규모를 쪼개고 쪼개 중소기업으로 남으려는 역행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중견기업을 달래고자 앞다투어 내놓은 공약들 역시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최근 2015년까지 중견기업 수를 3000개로 늘린다는 발표에 대해 100명의 CEO 중 69%가 “이 프로젝트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난 2010년에도 정부는 중견기업을 키우겠다며 한국형 히든챔피언 300개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3000개라는 믿기 어려운 숫자를 내세우며 기업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것은 정부가 중견기업의 요구를 외면하지 않고 미약하게나마 해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공정거래법, 산업발전법, 중소기업기본법 등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었던 중견기업이지만 이제 중견기업이라는 개념도 어느 정도 잡혀가고 있고, 대한상공회의소에 이어 중소기업중앙회까지도 중견기업을 위한 독립적인 위원회를 운영한다고 나섰다고 하니 때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행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여전히 중소기업을 졸업하게 되면 적용되는 세제부담을 완화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견기업청을 육성해 중견기업의 이모저모를 담당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식경제부 이외에 중견기업의 목소리를 들어줄 다른 부서들의 지원도 절실하다. 혜택이 많다고 기업이 크지 않는다는 건 우리도 잘 안다. 그러나 최소한 크고자 하는 기업들이 규제에 막혀 성장이 좌절되지 않도록 하는 배려는 기대한다. 

<이영규 웰크론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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