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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전창협> 588 vs 2,623 vs 13,796
국회의원 세비가 20% 가까이 올라 여의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앞장서 외치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밥값만 슬그머니 챙기는 현실에서 경제민주화란 슬로건이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 A 씨가 지역구 시장에 있는 순댓국집에 들어선다. 순댓국집에 B 씨와 C 씨가 이른 점심을 먹고 있다. B 씨는 일용직으로 끼니를 잇기는 하지만 적자를 보고 있는 가장. C 씨는 평균에 근접한 주변의 직장인이다.

국회의원 A 씨가 순댓국집에 들어서는 순간 순댓국집에 모인 사람들의 평균소득은 국회의원 입장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구분된다. 평균으로만 따지면 순댓국을 먹고 있던 B 씨와 C 씨는 갑자기 부자가 된다. 그렇다면 B, C 씨는 ‘국회의원의 은총’ 때문에 부자가 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평균의 함정이다.

국회의원 세비가 20% 가까이 올라 여의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얘기한 A 씨의 세비는 올해 20% 가까이 올라 1억3796만원이다. 국회의원 씀씀이나 다른 나라 국회의원과 비교하면 절대규모에 대해선 A 씨의 항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상폭에 대해선 몰염치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 A 씨가 ‘대한민국 1%’라면 소득 하위 20%인 B 씨의 가계부는 어떨까? 통계청이 발표한 ‘2/4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소득은 127만원, 연 1524만원이다. 1분위 가구의 가구원수가 2.59명인 점을 감안하면 1분위 가구의 1인당 소득은 588만원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평균인 C 씨는 연 소득이 2623만원이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인 2만3159달러를 환산하면 그렇다. 소득이 자신보다 23배가 많은 A 씨의 얘기에 B 씨가 경청할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C 씨가 세상이 공평하다고 생각할진 의문이다. 순댓국집의 풍경은 대선을 앞둔 한국에서 경제민주화가 핫 키워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정의는 뚜렷해 보이진 않는다. 재벌해체란 과격한 발상을 경제민주화로 해석하는 쪽도 있고, 복지확대가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란 주장도 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가 어떻게 정의되는 경제불평등의 해소와 이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는 데엔 다른 목소리가 없다. 가난한 이들에게 ‘부(富)’의 사다리에 오를 기회조차 없고, 상시적인 고용 불안, 거기에 건강의 불평등까지 이어지고 있는 마당에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을 말하긴 어렵다. 잇따르고 있는 ‘묻지마 범죄’를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라는 냉정한 시선으로 보면 경제불평등이 바닥에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

“시장과 국가가 ‘올바른 균형’을 잡아야 하고,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위기는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얘기처럼 위기의 상시화를 막기 위해서도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민주화를 앞장서 외치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밥값만 슬그머니 챙기는 현실에서 경제민주화란 슬로건이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순댓국집에 국회의원 A 씨가 들어오자 B 씨와 C 씨의 눈길이 싸늘해지는 이유를 A 씨만 모르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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