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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학교 교사들 “일반고보다 업무량 과중…애들에게 집중하기 쉽지 않아”
-올 해 개교한 혁신학교, 서울 휘봉고등학교 현장 가보니

-프로젝트 수업ㆍ작은학급담임제 등 참신한 프로그램 多

-교사 업무 과중으로 혁신학교 취지 살리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어


“혁신학교에 대한 기대를 갖고 왔다. 하지만 작은학급 담임제(복수담임제), 프로젝트 수업(학생들이 팀 또는 개인 단위로 연구 주제를 설정해 연구계획을 세우고 진행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식) 등 다양한 시도와 행정업무를 병행하다보니 정작 애들한테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김종현ㆍ역사 교사)

27일 오후 서울 휘경동 휘봉고등학교 1층 회의실. 교사 20여명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한 자리에 모였다. 곽 교육감은 이날 휘봉고의 프로젝트수업을 참관하고 복수담임제의 현장을 지켜보며 교사와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학교 현장을 찾았다. 


이날 곽 교육감과 교사들의 간담회 자리에서는 혁신학교의 현실에 대한 문제점과 아쉬움에 대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혁신학교의 취지에 찬성하고 동감하지만 현실에서는 담임ㆍ수업ㆍ행정 업무를 모두 담당하니 교사 1인에게 주어지는 업무량이 일반고에 비해 많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하헌종 연구부장은 “사실 보여지는 모습은 좋아보이지만 교사들 사이에선 상당히 많은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 개교와 함께 혁신학교 업무를 병행하다보니 시스템이 미비한 부분이 많다. 복수담임제를 하면서 교장과 교감을 제외한 나머지 교사 모두가 담임업무를 맡고 있다. 수업에 행정업무 처리까지 하다보니 혁신학교의 철학이나 방향을 탄탄히 하기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털어놨다.

행정 업무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휘봉고는 현재 신설학교인 탓에 학급 수 부족 등으로 상담사, 사서 보조인력 등 인력 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혁신학교는 행정전담사 배치 지원 대상 학교에서 제외돼있는 상태다. 


김종현 교사는 “혁신학교에 부임하면서 행정전담전문인력이 행정 업무를 맡아주고 교사는 수업에 충실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현실은 많이 달랐다”며 “행정전문인력이 배치된다해도 1년 계약직인 경우가 대부분이니 업무 내용을 교사들이 일일히 가르쳐야한다. 학생들 수업도 해야하고 행전전담인력도 관리해야해 업무는 더욱 늘어난다. 정규인력이 배치돼 전문성을 갖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복수담임제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휘봉고는 복수담임제인 ‘작은학급담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30명으로 이루어진 정규학급을 15명씩 두개 학급으로 나워 조회와 종례를 진행한다. 1학년 5반을 5Aㆍ5B반으로 나누는 식이다. 


김범묵 윤리 교사는 “신설학교이다보니 여유 공간이 확보돼 복수담임제를 실시하는데 지금은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추가로 신입생이 들어오는) 내년 말부터는 공간 확보가 어려워진다. 다른 학교들도 복수담임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현실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이런 제도는 위험할 수 있다. 교육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아직 남아있다고 교사들은 전했다. 김선주 교장은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는데 아직까지 학부모들은 의구심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헌종 부장도 “인근 사립학교의 타성을 이겨내지 못해 학부모들이 흔들리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교사로서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고 털어놨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이에 대해 “교사들의 노력과 고충을 잘 알고 고맙게 여기고 있다. 이제 시작인 만큼 지금의 어려움을 잘 견디고 뚫고 나가주길 바란다. 혁신학교는 서울교육의 희망이다. 여기서 실패하면 서울교육이 실패한다. 더욱 애써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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