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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사를 피하려면 무시해라?
요즘처럼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이슈가 된 때가 있을까.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건은 세간에서 제기해온 판사와 검사 간 ‘짬짜미’ 의혹을 일부 드러내 보여준 사건이다. 경찰 간부의 검사 고소사건 역시 검사와 경찰의 ‘주종관계’에 가까운 현 행태를 보여줬다.

이들이 경찰 수사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는 가히 ‘수사를 피하는 법’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일단 경찰이 소환요청서를 보내오면 미룰 수 있는 데까지 미뤄 버린다.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그동안 참고인의 ‘진술’이 언론 등을 통해 노출되길 기다린다. 이후 노출된 타인의 진술에 맞춰 자신이 해야 할 대답을 법률적으로 하자가 없도록 작성하는 작업을 병행한다.

수사 협조를 요청해도 철저하게 무시한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검사실 직원을 보내달라거나 CCTV가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해도 답변을 해주지 않는다. 현재 참고인은 수사에 강제적으로 출두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없다.

법무부에서는 지난해 사법협조자 면책제도(풀리바게닝)와 함께 ‘참고인 강제구인제도’가 필요하다며 법률 개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검사 자신이 필요하다 주장한 일이지만, 아직 법제화하지는 않았으니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다 생각하는 것일까.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해도 절대 출석은 하지 않는다. 특히 자신의 허점이 드러날 수 있는 ‘대질심문’만은 절대 피한다. 이 과정에서 조사받는 사람의 ‘권리’이기도 한 ‘서면진술서’나 ‘전화통화’ 등을 십분 활용한다. 물론 그 내용에는 ‘당시 상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당시에는 이런 전화가 있던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현행법 중에는 ‘모르고 한 일’에 대해 면책을 주는 조항이 많다. ‘허위사실 유포’ 같은 경우는 특히 더하지 않던가.

그리고 남은 일은 모두가 잊을 때까지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비난이 사그라들 때쯤 ‘억울하다’며 사회에 복귀하면 된다. 수사 결과 ‘무혐의’ 판정이 나왔다는 말 하나면 충분하다. 어차피 사람들은 세부적인 것을 모두 잊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소환 요구 및 체포영장 요구쯤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영장청구권과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사’라거나, 영장을 발부할 수 있는 ‘판사’라면 요건 통과다. 아니면 급할 때 아는 검사나 판사에게 청탁 정도는 해줄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수사를 피하는 법’을 잘못 사용했다가는 수갑냄새 맡으며 조사실에 끌려나가게 될지도 모르니 주의하자.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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