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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오른 ‘민간인 사찰 게이트’...감춰진 불편한 진실 드러날까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청와대, 총리실 증거인멸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이 20일 검찰에 출두했다. 정권말 초대형 사건이 될 ‘사찰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부장검사 박윤해)은 우선 장 전 주무관을 상대로 그가 언론과 야당을 통해 연일 쏟아낸 폭로 내용들에 대해 면밀 확인에 나섰다. 장 전 주무관을 통해 확보할 관련 진술과 녹취기록 등 자료를 현재 진행중인 관련자 계좌 추적, 통화내용과 견주면서 사실관계를 맞춰 나갈 방침이다.

장 전 주무관의 폭로가 우발적이 아닌 ‘기획 폭로’ 성격을 띄는 데다 현 정부 고위층을 겨냥하고 있어 한마디 한마디에 시퍼렇게 날이 섰다. 이를 다룰 검찰로서도 파장과 위험성을 아는 만큼 극도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장 전 주무관의 기존 주장과 추가 진술이 신빙성과 근거가 있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전개한다. 추가 단서가 확보되면 2010년 민간사찰 사건의 재수사로도 이어갈 계획이다.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규명해야 할 주요 의혹들을 짚어 봤다.

▶장 전 주무관 ‘위로금’ 1억1000만원 자금 출처는?=수사 착수를 놓고 고민하던 검찰을 움직인 것은 자금 정황이었다. 지난 17일 장 전 주무관의 입에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내게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입막음 조로 2000만원을 줬다 돌려줬다”는 발언이 나온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그는 다른 루트로도 위로금 등 돈이 제공됐다는 주장을 추가로 내놓고 있다. 19일에는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 내게 5000만원을 줬다”고 했다. “변호사 성공보수 명목으로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고 2500만원을 최 행전관에게 돌려줬다”고도 했다.

일단 제안 받은 돈의 총액은 1억1000만원. 그 중 4500만원을 쓰지 않고 되돌려줬다. 의혹 당사자들은 돈을 준 사실을 부인하거나 대응하지 않고 있다. 이중 이 전 비서관의 2000만원을 배달한 것으로 밝혀진 류충렬 전 공직복무관리관은 “위로금 차원에서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세간에선 이 같은 자금 중 일부 또는 전부 연루자들이 소속된 청와대 민정수석실, 총리실의 공식 자금이거나 정권 차원의 정치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경우 해당 정부 기관이 연루됐다는 정황증거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철저한 규명이 요구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진상조사특위도 이날 장씨의 주장을 근거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장씨에게 입막음 명목으로 5억~10억원을 주겠다는 흥정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에선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이 2010년 추석 때 검찰 수사로 구속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 과장 가족에게 ‘금일봉’을 준 사실도 최근 드러났다.

▶증거인멸 윗선 의혹, 거침없이 청와대로=장 전 주무관의 폭로를 통해 청와대와 현 정부 실세가 순식간에 이번 의혹에 중심에 놓였다. 특히 장석명 비서관이 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청와대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장 비서관은 서울시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측근. 공직기강과 사정 업무를 책임지는 민정수석실의 핵심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범죄를 은폐하려 했다면 임기 말 정권으로선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당시 민정수석은 권재진 법무장관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수사다. 벌써부터 노골적인 ‘꼬리자르기’ ‘총대 메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 전 주무관의 변호인도 이같은 점은 인식,“검찰이 수사 의지가 있다면 협조할 것이고 ‘꼬리자르기’를 한다고 판단된다면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사 역시 결국 양심고백에 나선 장 전 주무관의 입에 성패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초 정치권을 뒤흔든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도 돈 배달자인 국회의장 전 비서 고명진 씨가 전격적으로 양심선언을 했기에 윗선을 파고들 수 있었다. 그가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면 박희태 전 의장,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기소하지 못 할 뻔 했다.

▶김종익 씨는 일각, 사찰 실제 규모는 빙산?=원 사건에서는 김종익(58)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사찰만 세간에 드러났다. 하지만 이후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과도하게 보일 만큼 대대적인 증거 인멸 행태가 뒤따른 게 의문을 되레 키웠다.

진경락 전 총리실 총괄지원과장과 장 전 주무관이 못쓰게 만든 지원관실 컴퓨터에는 지원관실이 2008년 7월~2010년 7월 2년간 활동한 내역이 담겼다. 이들은 자료삭제 프로그램으로 내용물을 지우는 ‘이레이징’ 방식에 이어 자기장을 발생시켜 하드디스크를 망가뜨리는 ‘디가우징’ 방식까지 썼다.

민간인 한 명에 대한 사찰 이력만 담겨 있었다면 과연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결국 광범위한 불법사찰 내용과 이를 보고 받을 윗선의 단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 2010년 검찰이 압수한 원충연 지원관실 사무관의 수첩에는 여당인 한나라당을 포함한 정치인, 관료, 노동, 언론계 인사들의 동향을 담은 메모가 발견됐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이 같은 광범위한 불법사찰의 정황을 확인하고도 김종익 전 대표 건 외에 다른 불법사찰 사례는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 이번 수사를 통해 감춰졌던 불법사찰의 실체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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