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자등반객 낙상·골절
“지원바람”10분후 헬기출동
부상자 밧줄 고정 신속후송
봄山은 지면 미끄러워 위험
무리한 정상정복 욕심 금물
가벼운 마음으로 산 즐겨야
“타타타타타~.”
해발 725m, 서울 도봉산 신선대 인근. 귀청을 찢을 듯한 헬리콥터 소리가 산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구조지원 요청을 한 지 10분 만이다. 보라색 연막탄 사이로, 헬리콥터가 보이기 시작했다. 상공에 뜬 헬리콥터는 바람에 휘청거렸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강풍이 골짜기에 휘몰아쳤다. 헬리콥터가 바람과 싸우길 30분. 드디어 밧줄이 내려온다.
이내 심상필(55) 도봉산 경찰산악구조대장과 대원들은 이날 사고를 당한 A(56ㆍ여) 씨의 몸에 밧줄을 묶었다. 줄에 매달린 A 씨가 헬리콥터 안으로 사라지자 심 대장과 대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9일 오후 1시20분께. 경찰 산악구조대의 구조 활동에 이지웅 헤럴드경제 기자가 동행했다.
도봉산 중턱에 있는 산악구조대로 A 씨의 구조요청이 들어온 건 오후 12시55분께. 50대 여성이 산 정상 인근의 신선대 뒤편 계단에서 미끄러졌다는 신고였다. 심 대장과 대원들은 먹고 있던 점심을 마치지도 못한 채 급하게 뛰어 나갔다. 신선대까지는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 신선대 뒤쪽 계단에서 A 씨는 다리 두 군데에 골절상을 입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날이 풀려 질퍽해진 흙을 밟고 발목을 접질린 것. A 씨는 1.5m가량을 미끄러져 튀어나온 돌부리에 다리를 찧었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심 대장은 서울소방본부에 구조헬기 지원을 요청했다. 현건왕(24) 대원이 부목을 댔다. 이후 김포에서 출발한 헬리콥터를 기다려야 했다. 대원들은 A 씨의 다친 몸 위로 보온용 옷가지를 덮어줬다. 곧 사고 지점을 알리는 보라색 연막탄이 터졌다. 10분 후 멀리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산이 녹는 3월의 주말. 도봉산은 등산객들로 붐볐다. 이날 하루에만 모두 2만1920명이 산을 찾았다. 그만큼 안전사고의 위험성도 커졌다. 특히 A 씨처럼 얼음이 녹아 미끄러워진 지면을 밟고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 대장은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으면서 진흙처럼 미끄러워진 지면이 곳곳에 숨어있고 땅이 녹으면서 바위가 쪼개져 굴러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등산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산에서의 사고는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당연히 긴박하다. 10분 만에 헬리콥터가 출동해 사고를 당한 등산객을 지체 없이 병원까지 옮겨야 한다. 지난 18일 서울 도봉산에서 본지 기자가 경찰산악구조대를 동행했다. 1초가 아까운 그들, 경찰산악구조대 대장과 대원들의 땀냄새가 봄 꽃 내음처럼 향긋했다. 사진=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
산악구조대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81건의 사고가 도봉산에서 발생했다. 특히 날이 풀리는 3월,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10월에 사고가 집중돼 있다. 2011년 경우 3월과 10월에만 각각 14건과 18건의 등반사고가 발생했다. 전체 사고의 40%가 두 달에 집중된 셈이다.
심 대장은 등산객들에게 ‘4:4:2 법칙’을 강조했다. 그는 “많은 등산객들이 내려올 때를 생각하지 않고 올라갈 때 모든 힘을 다 써버리지만, 이는 대단히 위험한 버릇”이라며 “산을 오를 때 자기 힘의 4를 사용하고 내려갈 때도 4를, 그리고 집으로 귀가할 때 나머지 2를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A 씨의 구조에 나선 도봉산 경찰산악구조대는 도봉경찰서 소속으로 3명의 대장과 5명의 대원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5명의 대원들은 모두 의무경찰이다. 1명의 대장과 함께 6명이 한 조로 근무한다. 이들은 대부분 산악구조대에 자원한 베테랑 산악인들이다. 특히 김민성(24) 대원은 이미 지난 2010년 전국체전 동호회 산악 부문에 부산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거머쥐기도 했다. 김 대원 역시 “등산객들이 꼭 산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즐기는 마음으로 산에 올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