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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일루션’ 공연으로 돌아온 이은결,“‘마술같은 마술’을 펼쳐보이고 싶다”
눈앞에 있던 사람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미녀가 들어간 상자가 두 토막이 났다. 걱정도 잠시. 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관객 앞에 다시 나타난다. 사람이 누운 채 공중부양하고, 없던 꽃이 생기고, 비둘기가 작아졌다 커졌다 한다. 당신은 지금 ‘마술쇼’를 보고 있다. 게슴츠레 눈을 뜨고 ‘뭔가 비밀이 숨어 있을 거야’ 생각하며 비밀을 찾아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뒤돌아서며 한 마디 던진다. “에잇, 저거 다 결국 속임수지 뭐….”

여기에 “당신은 마술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반문하는 이가 있다. 번개머리 마술사 청년으로 유명한 이은결(31)이 ‘일루션 아티스트(illusion artist)’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그리고 ‘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15년 숙성시킨 ‘이은결표’ 해답을 내놓았다.“제가 생각하는 마술이요? 환상과 꿈을 심어주는 것이죠. 속임수라고요? 거짓말이라고요? 관객들이 즐거워한다면 영원한 거짓말쟁이가 된다 해도 상관없어요.”



▶ “마술 테크닉에 기생하는 마술사는 싫어…‘일루션 아티스트’로 완벽 변신하는 것이 꿈”

‘더 일루션(THE ILLUSION)’ 공연을 한 시간 앞두고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그는 “마술사로 불리는 것이 싫다”고 잘라 말했다. “당신의 정체성은 무엇입니까”라고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2001년 아시아 세계 매직 콘테스트(UGM) 1위, 2002년 미국 마술협회 컨벤션 3관왕 및 매니플레이션 1등 수상, 200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 매직세미나 황금사자상 그랑프리, 2006년 국제마술연합회 마술대전(F.I.S.M) 제너럴매직 부문 1위 등 굵직은 상을 휩쓴 그다. ‘마술’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가 ‘마술사’라는 타이틀이 싫다하니 아이러니 아닌가.

이은결은 대답했다. “공연 때마다 ‘마술사 이은결입니다’라고 인사를 했는데 2007년부터는 ‘마술사’라는 수식어를 뺐어요. 라스베이거스에서 마술사들의 한계점을 봤기 때문이죠.”

그는 라스베이거스식 물량공세 마술쇼를 보면서 그것을 넘어서는 이은결표 마술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한때 우상이었던 카퍼필드의 한 마디도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 ‘다음 생에서도 또 마술사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카퍼필드가 단칼에 ‘No’라고 하더니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대답하더라고요. 충격이었죠.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카퍼필드를 보면서 저만의 쇼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마술 테크닉에 기생하기 보단,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이 실현되는 환상의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때문에 이은결은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공동작업을 즐긴다. ‘이은결표 일루션 아트’를 선보이고 싶어 정연두 현대미술작가, 이동욱 사진작가, 권자영 의상디자이너 등과 함께 작업해 다채로운 무대를 연출해 왔다. “인터뷰 오기 전에도 홍세정 안무가와 연습하고 온 걸요. 안무를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죠. ‘설마 이런 부분까지…’ 싶은 부분까지 신경을 쓰려고 노력해요. ‘차별화’는 ‘디테일’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는 2010년 이후 자신이 선보이는 마술은 크게 변한 부분이 없지만 작품성은 업그레이드 됐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난 무대 위 스토리텔러, 내 이야기의 주제는 ‘순수’”

“2004년 이후로 휴가를 간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달려왔고 제 마술도 발전해 왔어요. 그만큼 관객들의 환호성도 커졌냐고요? 그건 아니에요. 자극적인 콘텐츠가 쏟아지는 환경에서 관객들은 갈수록 더 자극적인 걸 원하거든요.”

5~6세 꼬마아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관객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팔짱 끼고 심사위원처럼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야 하는 막중한 부담도 있다. 고도의 마술 테크닉을 기대하는 관객들의 기대에도 부응해야 한다. 그래서 무대 위에서 이은결은 수시로 개그맨, 이야기꾼, 마술사, 댄서 등으로 변신을 자청한다.

‘더 일루션’ 공연 1부에서는 보는 이가 안쓰러울 정도로 땀흘리며 무대 위를 종횡무진한다. 여기에 카드, 미녀, 새가 등장하는 일반적인 도구마술을 잇달아 선보인다. 이 모든 것은 관객들에게 이은결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위한 서막의 불과하다.

그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공연 2부에서 펼쳐진다”고 말했다. 김중만 사진작가와 아프리카를 찾았을 때 느낀 대자연과 사람들의 순수함, 사랑이 이루어지는 마법 같은 순간, 자신의 생각이 눈앞에서 현실로 펼쳐지는 장면 등 이은결은 ‘마술 같은 마술’을 지향한다. 때문에 그의 공연에는 관객들의 신청을 받아 진행되는 프러포즈 이벤트가 있다. 많은 사람들앞에서 사랑을 고백받는 여자의 ‘로망’이 무대 위에서 이뤄진다. 또 6~7세의 어린이를 무대 위로 불러 아이의 상상력을 눈앞에서 실현시켜주는 ‘상상 동화’도 펼쳐진다. 성장기에 봤던 디즈니 애니매이션의 주제곡과 어우러진 그림자 마술은 관객들을 동심의 세계로 옮겨 놓는다. 무대 위 스토리텔러 이은결의 이야기 주제는 ‘순수’다. ‘더 일루션’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대전(3월 17~18일), 충남(3월 31일~4월 1일), 안산(4월 14~15일)에서 지역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황유진 기자 /hyjgogo@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 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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