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무궁화, 알고보면 중요한 약재였네
꽃과 나무의 독특한 사연 알려주는 책

<꽃, 들여다보다>(푸른지식.2012)은 매혹적인 꽃과 나무 그리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동백꽃 · 수선화 · 난 · 배꽃 · 벽오동 등 일찍부터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에서 사랑받아 온 27가지 꽃과 나무의 유래, 역사, 설화가 한시와 함께 아름답게 펼쳐진다.

<시경>, <서경>을 비롯하여 <본초강목>, <산해경>, <격물론> 등 중국 고전은 물론이고 대만의 <시경식물도감>, 우리나라의 <양화소록><지봉유설> 등 동아시아의 방대한 자료들을 추적하여 그 유래와 종류, 쓰임새까지 세세하게 밝혀놓고 있다.

춘추시대 공자는 천하를 여행하며 제후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설명하고 임용해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제후도 그를 받아들여주지 않았습니다. (중략) 위나라에 유세를 간 공자는 또다시 거절을 당하고 참담한 심경으로 고국 노나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깊은 골짜기를 지날 때 향란이 외롭게 우거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공자는 한숨을 내쉬며 “난은 마땅히 왕자王者의 향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저렇듯 외롭게 우거져서 잡초들과 무리 지어 있구나!”라고 탄식했습니다. 그러고는 수레를 멈추고 금琴을 들어 스스로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을 슬퍼하며 향란에다 가사를 붙였습니다. 72쪽

꽃과 나무에 대한 저자의 애정은 남다르다. 그는 지난 30여 년 동안 거의 매년 남녘으로 꽃 탐방을 다녔다고 서문을 통해 밝혔다.

‘여수 오동도와 향일암, 강진 백련사, 해남 대둔사, 완도 보길도, 월출산 도갑사 등지의 동백꽃, 담양 명옥헌의 배롱나무, 광양 백운산과 하동 지리산 일대의 매화, 다도 불회사의 야생차밭, 승주 선암사의 홍매, 담양의 대숲, 지리산 노고단의 철쭉, 구례 산동마을의 산수유, 강진과 무안 일대의 연꽃 등...’

책은 발로 뛰고 책을 뒤져 꽃과 나무의 세계를 독자에게 충실하게 알리고 있다. 특히 꽃과 나무의 아름다움만 찬탄하는데서 나아가 꽃과 나무에 대해 그동안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잡거나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을 소개하기도 한다.

가령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백꽃은 붉다. 그러나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등장하는 동백이 실은 '노란'색이다. 저자는 김유정의 고향이 강원도이고, 그곳에서는 노란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를 '동박나무' 혹은 '산동백'이라 부른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김유정의 '동백꽃'은 뜻밖에도 '생강나무'의 꽃이란 걸 밝혀낸 셈이다.

아침에 피어서 저녁에 져버리는 특성 때문에 시인들에게 생의 덧없음으로 종종 비유되던 무궁화는, 예로부터 어린잎으로 차를 우리거나 국을 끓여 먹었고, 풍병(風病)을 치료하는 중요한 약재로 사용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모란은 623년 당 태종이 신라 진평왕에게 보낸 외교 선물로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는데, 당시 당나라에서 꽃 한 떨기 값이 집 열 채 세금과 맞먹을 정도로 화중왕으로 꼽혔다.

꽃과 나무, 저마다 품은 사연이 있다. 이를테면 연꽃은 진흙에서 피어났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정결함을 갖추어 군자의 기개를 상징하는 소임을 맡았다. 모란은 꽃 가운데 왕(화중왕)이라는 칭호답게 임금을 빗대는 단골로 등장했으며, 벽오동은 고고히 살다 마침내 오현금이 되어 백성들의 원망을 풀어주는 희생정신으로 표현되곤 하였다. 고려와 조선의 문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옥잠화는 선녀 혹은 아리땁고 순결한 여인의 대표 상징이었다.

이렇듯 한시와 더불어 저자의 감성적인 해설을 따라가다 보면, 바라봄의 대상이라기보다는 풍성한 이야기 속 꽃과 나무에 깊이 몰입하게 된다.


[북데일리 제공]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