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낭만 파리…영화의 마법을 추억하다
현대영화 발명가 조르주 멜리에스와 소년의 우정 그린 ‘휴고’…오랜 기억속 거장에 보낸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헌사
영화란 무엇일까. ‘사람이 기계장치를 부려 자아내는 환영, 신기한 마술’이 아닐까.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휴고’는 뤼미에르 형제와 더불어 현대 영화의 ‘발명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초창기 영화사의 거장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을 통해 영화가 부리는 마법에 보내는 헌사다. 이 영화 자체가 은막에 부리는 낭만적인 마술과 최첨단의 기계장치가 만나 빚어낼 수 있는 아름다운 결과물 중 하나다. ‘휴고’는 1930년대 파리의 기차역을 배경으로 한 소년과 조르주 멜리에스의 우정과 모험담을 뛰어난 영상기술의 3D로 담아냈다. ‘성난 황소’와 ‘좋은 친구들’을 비롯해 ‘갱스 오브 뉴욕’ ‘비공개’ 등 뉴욕의 뒷골목과 현대인들의 정신병리적 증세에 카메라를 갖다대며 미국 문명의 어두운 이면을 담아왔던 거장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대표작 반열에 오를 만한 영화이자, 그로서는 이례적인 가족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영화광들을 위한 영화라는 점도 빼놓을 순 없다.

1931년 파리의 한 기차역.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고 카페에선 밴드 연주에 맞춰 손님들이 춤을 추는 향수 어린 역의 풍경을 시계탑 속에 숨은 한 소년이 바라보고 있다. 열두 살 소년 휴고(아사 버터필드)다. 휴고는 부모도 없이 시계탑 속 각종 기계장치 안에 살며 태엽을 감는 일로 살아가는 소년이다. 기계수리공이었던 아버지(주드 로)를 화재로 잃고 시계탑 관리자였던 삼촌을 따라 역에 오게 됐지만 술주정뱅이에 망나니꾼인 삼촌이 휴고를 버리면서 외톨이 신세가 됐다. 휴고에게 유일한 위안은 아버지가 남겨준 고장 난 사람 크기 태엽 로봇 인형뿐이다. 휴고는 시계의 각종 장치와 역 장난감가게의 완구들을 훔쳐 로봇의 부속품을 하나 하나 채우고 바꿔가며 되살리기 위해 애쓴다. 그러던 어느 날 장난감가게의 주인 할아버지(벤 킹슬리)에게 휴고의 도둑질이 발각되고, 로봇 인형의 존재까지 들켜버린다. 이상하리 만큼 휴고에게 엄격하고 무서우리 만큼 로봇의 설계도와 존재 여부에 집착하는 장난감가게 할아버지. 태엽장치 자동인형엔 과연 무슨 비밀이 숨어 있을까. 


당돌하게 모험을 좇는 소녀이자 장난감가게 할아버지의 손녀인 ‘이자벨’(클레이 모레츠)과 친구가 된 휴고는 마침내 로봇 인형의 태엽 장치를 되살려낸다. 태엽을 감으면 손을 움직이는 동작을 하게 돼 있는 로봇에게 펜을 쥐어주자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려내는데, 그 밑에 서명이 달린다. 사람 얼굴 표정을 가진 달 표면 위로 우주선이 처박힌 그림 밑에 휘갈겨 쓴 이름은 바로 ‘조르주 멜리에스’. 바로 이자벨의 할아버지, 장난감가게 주인의 것이었다.

이자벨과 휴고는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영화에 관한 책을 보다가 한 작가가 쓴 영화사 서적 ‘초창기 영화이야기’를 읽게 되고, 조르주 멜리에스가 뤼미에르 형제 이후 영화를 이야기를 담는 매체이자 대중적 장르로 만들어낸 거장 감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영화사 속에선 조르주 멜리에스가 1차대전 중 사망한 것으로 돼 있고, 할아버지는 과거를 숨긴 채 버젓이 역의 조그마한 가게에서 장난감이나 팔고 있다. 과연 조르주 멜리에스에겐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집과 가족 없는 외로운 소년이 어두컴컴한 시계탑 뒤를 떠돌거나 팽팽한 긴장감 속에 도둑질을 하는 장면에선 마틴 스코시즈의 연출 솜씨가 유감 없이 드러나고, 옛 기차역의 풍경을 묘사하는 대목에선 낭만적인 향취가 그득하며, 기계장치를 묘사하는 환상적인 3D영상에선 영화를 가능케 한 현대 문명에 대한 찬탄이 묻어난다. ‘기차의 도착’이라는 뤼미에르 형제의 짧은 기록 필름이 현대 대중예술의 총아인 영화의 시발점이 된 후 이를 어떤 기적도 가능한 상상의 매체로 만든 ‘마술사’ 조르주 멜리에스에 대한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경외가 가슴을 울린다. 주인공을 연기한 아역배우 아사 버터필드는 ‘400번의 구타’의 장 피에르 레오나 ‘식스 센스’의 할리 조엘 오스먼트 이상의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브라이언 셀즈닉의 그림책 ‘위고 카브레’가 원작이다. 29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