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출신으로 담양에서 20여년째 작업해온 송필용(54) 화백이 매화 그림을 들고 서울나들이를 했다. 송 작가는 ‘달빛 매화’라는 타이틀로 29일부터 3월 7일까지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옛 법을 토대로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는 실학의 정신인 ‘법고창신’은 송필용에게 키워드다. 그는 민화를 패러디하거나 가사문학의 현장풍경, 불탑, 금강산, 폭포그림에서 그 같은 실험을 거듭해왔다.

작가는 또 담양 일대 소쇄원, 면앙정 송강정 등을 탐승하며 20여년째 매화그림도 그렸다. 담양의 매화는 고매(古梅)의 뒤틀린 맛과 흐드러진 꽃잎, 청매의 고결한 향기가 특히 유명하다.

작가는 “담양에 둥지를 트고 가사문학을 화폭으로 옮기면서 독특한 형상의 고매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가지가 이리저리 뒤틀린 고매는 그 느낌이 각별했다”며 “새로운 앵글로 ‘매화를 닮은 삶’을 사유하고 싶었고, 맑고 곧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특이한 점은 작가의 기본정신은 지극히 전통적이고 동양의 인문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서양화 기법을 따르고 있다는 점. 단, 힘과 탄력이 넘치는 붓질은 수묵화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겨울 한파와 눈바람을 이겨내고 피어난 매화는 투박하고 거친 송필용의 붓 터치로 인해 더욱 생생하다. 

구불구불 뻗은 선암사 고매(古梅)의 나뭇가지와 흰 매화를 그린 송필용의 유화‘ 달과 고매’.  [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미술평론가 이태호(명지대 교수) 씨는 “물 흐르듯 이어지는 송필용의 붓질은 가히 ‘수류필법(水流筆法)’이라 할 만하다”며 “단색조나 빈 배경의 화면구성은 법고(法古)의 방식을 배운 결과로, 옛 매화그림에 대한 공부가 그의 회화세계를 한 단계 높여놓았다”고 평했다. 또 “옛 문인들이 추구한 매화의 정신성과 서양화법이 충돌하지 않고 잘 어우러졌다”고 덧붙였다. (02)730-7818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