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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재자 통치수법, 美서도 그대로 통했다
권력지키기 생존방식

美 사례통해 생생히 분석


한나라당 전당대회 금품살포, 월스트리트 경영자들의 수십억달러 보너스, 최고경영자 자리를 노린 암투…. 끊임없이 이어지는 정치, 기업 등 권력층의 파렴치한 행태에 일반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왜 저 자리에만 가면 사람이 달라지는가 의문이 든다.

뉴욕대 정치학과 석좌교수이자 세계적인 정치 예측분석가인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는 이는 이상스러운 게 아닌 당연한 통치의 속성이라고 말한다.

권력을 가진 이들은 정치의 논리, 지배의 통치 규칙에 의해 조종되기 때문이다.

브루스 교수가 같은 대학 동료교수인 알라스테어 스미스와 함께 쓴 ‘독재자의 핸드북’(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지도자들의 통치방식과 국민의 행동방식 이면에 존재하는 복잡한 추론과 동기를 파헤치며 통치의 본질, 그 작동방식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무엇보다 정치의 원동력을 통치자의 사적인 이해관계로 본다. “짐이 곧 국가다”는 말로 유명한 ‘태양왕’ 루이 14세는 1인통치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네 살에 왕위에 올라 섭정을 거치고 23세에 실권을 쥔 왕은 자신의 지지기반부터 만들었다. 보수 귀족 대신 평민들을 법복 귀족, 관료, 특히 군부에 발탁했다. 그리곤 기성 귀족들에게는 충성하지 않으면 언제든 밀려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절대왕권은 충성스런 지지집단에 의해 가능했던 것이다.

저자가 통치의 비밀스런 연결고리로 제시하는 것은 이해관계다. 책은 이해관계를 둘러싼 세 가지 차원의 규모 집단을 분석틀로 잡는다. 즉 명목 선출인단, 실제 선출인단, 승리 연합이다. 명목 선출인단은 투표권을 가진 모든 사람, 실제 선출인단은 그의 지지가 승리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 승리 연합은 이들의 지지를 등에 업어야만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이 세 집단이 모든 권력을 작동시키는 토대다.

독재와 민주주의의 차이 역시 흔히 말하듯 이데올로기가 아니고 이해관계를 가진 지지기반의 차이일 뿐이다. 독재란 규모가 큰 대체 가능 집단에서 선발한 극소수의 필수 집단과 비교적 적은 수의 유력집단에 의존하는 정부다. 이와 달리 민주주의란 다수의 유력집단과 대체 가능 집단을 토대로 삼는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이 두 집단의 규모는 거의 비슷하다.

정치적 승리를 얻는 묘수는 이 세 집단의 크기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독재자들의 통치 행태를 분석한 저자들은 권좌를 지키기 위한 다섯 가지 정치적 생존의 원칙을 제시한다.

‘태양왕’ 루이 14세는 1인 통치권자로 알려져 있지만, 저자에 따르면 1인 통치란 불가능하다. 루이 14세는 섭정을 거쳐 실권을 쥐지만 기성 귀족에 둘러싸여 지지층이 필요했다. 권력 유지에 필요한 소수의 필수집단을 그는 평민으로 삼았다. 그들을 주요 자리에 발탁, 충성스런 자기집단을 만듦으로써 기성세력을 견제하고 절대적인 왕권을 세우는 게 가능했다.

첫째는 승리 연합을 최소 규모로 유지하는 것이다. 핵심 집단이 작을수록 통치자의 통제권과 지출에 대한 재량권이 커진다.

둘째, 명목 선출인단은 최대 규모로 유지하기다. 선출인단 규모가 크면 쫓겨나지 않으려고 충성을 한다.

셋째, 수입의 흐름을 통제해야 한다. 통치자에게는 많은 사람을 궁핍하게 만들어 얻은 돈으로 지지자를 부자로 만드는 현금 흐름이 가장 효과적이다.

넷째, 지지자들에게 충성심을 유지할 정도만 보상하라, 연합이 지도자를 대신할 사람을 찾아 헤매지 않을 정도만 보상하고 그 이상을 줘서는 안 된다.

다섯째는 국민을 잘 살게 해주겠다고 지지자의 주머니를 털어서는 안 된다. 즉 승리 연합에 지나치게 야박하게 굴지 말아야 한다.

저자들은 어찌보면 독재자의 행태로 인식되는 이런 일들이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음을 미국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더욱이 정치 영역뿐 아니라 조세, 원조, 혁명, 공공 부채, 기업이사회, 인수ㆍ합병, 구제 금융 등 다양한 현상에서도 드러난다.

가령 휼렛패커드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칼리 피오리나의 충격적인 발표였던 경쟁업체 컴팩 인수는 저자의 측근 집단을 확대하려는 야심이었다.

2011년 2월 무바라크의 실각도 지지집단인 군에 대한 보상이 준 탓이다.

저자는 정의란 무엇인가 이전에 이런 작동원리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이 역학을 이용해 판을 뒤집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적 변동의 시기에는 필수 집단 구성원들의 경우 어디에 줄 서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권력 쟁취의 답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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