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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의 흔적지운 ‘유목민 테무친’을 좇다
장편소설‘ 조드’ 출간 소설가 김형수
10개월간 몽골 체류하며
신화 등 방대한 자료수집
13세기 亞중세사 새 창조

기존의 영웅담 벗어난
생생한‘ 초원의 문체’눈길

“12세기의 초원에 버려진 한 소년이 파란만장한 생존투쟁을 통해 당대 정착민들이 꿈꾸던 ‘가공된 유토피아’를 뒤집어버린 사실을 인류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 테무친의 가치관이 ‘칭기즈칸제국의 체제정신’과 다르다는 확신이 들어 이 소설을 썼다.”(‘작가의 말’)

소설가 김형수가 칭기즈칸을 중심으로 유목민의 삶과 역사를 통해 13세기 아시아의 중세사를 새롭게 창조해냈다. 몽골 현지에서 10개월 동안 체류하며 인터넷에 연재했던 ‘조드’는 몽골 고원 구석구석을 밟아낸 실감과 애정이 살아있다. 특히 12, 13세기에 이르는 시기의 유목민의 세계를 알 수 있는 늑대족 신화와 민담, 역사 관련서들을 최대한 수집, 디테일과 시적 상상력을 더해 한편의 거대한 그림을 그려냈다. 거기에는 우리의 오래된 이야기의 뿌리 같은 것도 있다. 소설의 제목인 ‘조드’는 유라시아 대륙과 같은 건조지대에서 일어나는 겨울재앙으로 양과 소, 말 등 가축이 한꺼번에 수천마리씩 죽어나가는 사태를 말한다.

소설은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펼쳐지는 테무친과 자무카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개된다. 늑대떼와 말떼의 싸움을 보고 끼어든 소년 테무친이 자무카를 알아보면서 둘은 오랜만에 해후한다. 자무카에게 소년 테무친은 경탄의 대상이다. 먹을 게 부족한 어려운 상황에서 동갑내기 이복형제가 어머니 것을 빼앗는 모습을 보고 죄를 물어 활로 쏘아 죽인 것이다. 그때 테무친이 한 말이 오래 전해진다. 

유럽정신의 골짜기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이번 소설을 썼다는 김형수는 “정착 문명의 사람들이 초원의 역사를 먼발치로 보면서 쏟아내는 낭만적인 감정들도 그런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늘에는 기러기들의 세상이 있고, 물에는 물고기들의 세상이 있어. 초원에는 사내들의 세상이 있지. 그걸 지켜야 하기 때문에 다들 고통을 참으면서 자기 자리를 견디는 걸 좀 봐. 이럴 때 한 명이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하찮은 자리로 떨어지고 말 거야.”

어린 테무친의 이 생각은 그의 정복세계와 연결된다. 전쟁은 살아남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칭기즈칸을 주인공으로 한 전쟁영웅소설은 많았지만 이 소설은 칭기즈칸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 시기의 유목민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다르다

바람의 열두 가지 소리 가려내기, 전통적인 유목의 지혜, 현악기 마두금 이야기, 가족보다 친구를 더 좋아하는 이들, 수많은 부족들의 특징을 일일이 꿰어가며 초원의 삶을 넓고 길게 펼쳐나간다. 테무친 존재의 부각보다 그를 잉태시킨 물과 바람, 사람, 이야기, 오랜 지혜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과학의 지식보다 길흉의 전조를 먼저 믿는 그들, 지상의 말보다 하늘의 언어를 먼저 듣는, 정착민은 태양을 아버지라 하지만 달을 아버지라 부르는 그들, 전쟁에 동원되는 병사를 공동체를 지키는 용기 있는 사람, 바타르라 부르는 이들을 통해 작가는 역사의 새로운 눈을 틔워주고 싶어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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