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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꾼 이자람 앙코르, 앙코르…순도 100% 이자람표 창작극 선보이는 그날까지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로 시작하는 노래 ‘내이름 예솔아’의 주인공. 12세의 나이에 판소리에 입문해 국악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1997년 4시간에 걸쳐 판소리 심청가를 완창했고 1999년에는 8시간 동안 춘향가를 완창해 ‘최연소·최장기 판소리 완창’ 기네스 기록을 세운 소리꾼. 2007년에는 판소리극 ‘사천가’를 발표하고 잇달아 ‘억척가’를 무대에 올리며 세간의 화제가 된 주인공. 뮤지컬 ‘서편제’에선 배우로, ‘아마도이자람밴드’에서는 보컬로 활약하는 전천후 아티스트. 이자람(34ㆍ여)의 화려한 프로필이다.

소리꾼, 배우, 작가, 무용수, 밴드 보컬 등 활동 반경을 다각도로 넓히고 있는 그를 최근 충무아트홀에서 만났다. 사천가, 억척가, 뮤지컬 서편제 등 작품들과 예술가의 삶에 대한 솔직한 대화가 이어졌다.

▶ 천재라고요? 글쎄요. 마음이 따르는 대로 살다 보니 많은 무대 서게 됐죠=“죄송해요.” 약속시간을 훌쩍 넘겨 인터뷰 장소인 충무아트홀에 나타난 이자람은 “내비게이션에 ‘충무아트빌라’라고 입력하는 바람에 경기도 어딘가까지 갔다가 오느라 늦었다”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다방면에 천재성을 가진걸까’ 싶었던 호기심은 이렇게 풀렸다. “천재성보다는 순간 순간 하고 싶은 것을 본능대로 선택했다”고 말하는 이자람은 머리를 굴리며 계산하기보다 오히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따르는 삶을 살아왔다. 소리가 좋아 판소리를 했고, 연출가 남인우를 만나면서 독일의 브레이트 희곡을 현대적 판소리로 탈바꿈시킨 ‘사천가’와 ‘억척가’를 무대에 올렸다. 좋은 평가를 받으며 프랑스 리옹 국립극장, 파리 시립극장 등 해외 무대도 수차례 밟았고 이젠 후배들에게 ‘고기 한점’ 사줄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됐다. 젊은 나이에 화려한 이력을 쌓았지만 이자람은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고 했다. 사천가를 하기 전까지는 집세도 못 낼 만큼 어려웠고,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 부도가 나 찻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간 이룬 성과를 보면 무모한 도전을 즐길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이자람은 의외로 자신은 ‘안전주의자’라고 말한다. “찻집 아르바이트를 할 때 현대 무용 워크숍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어요. 돈을 벌어야 했지만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버는 50만원을 포기하고 워크숍에 참가했죠. 50만원 정도야 빌려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실패해도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도전해온 거 같은데, 다양한 무대를 경험한 걸 보면 인복이 많아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사천가ㆍ억척가ㆍ서편제, 올해도 재공연…난 책임감 없는 사람, 하지만 방법론 정리해야 할 의무감 느껴
=“제일 잘하고 싶은 거요? 판소리죠. 더 좋은 성음(聲音)을 갖고 싶고 더 잘한다는 소리 듣고 싶으니까요.” 이자람은 소리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질투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욕심이 많냐”는 질문에는 웃어넘기면서도 대신 인터뷰 내내 판소리에 대한 본인의 애정을 여러 번 강조했다. “먹고사는 것만 생각했으면 퓨전음악 하면서 협연하고 몇백만원 받는 게 더 편했을 거예요. 하지만 도서관을 뒤지고 다니며 희곡, 고전, 구비문학까지 탐독하고 창작품을 무대에 올린 이유는 딱 한 가지죠. 판소리가 너무 멋있어서 그 매력을 전하고 싶었거든요.” 그는 적벽가, 흥보가, 심청가, 수궁가, 춘향가까지 판소리 다섯 마당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정통성’을 언급하며 이자람의 행보를 비판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그는 “항상 완창 하나를 끝내고 창작을 해왔고, 창작을 할 때도 전통에 뿌리를 갖고 있는지, 전통의 힘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는지가 최우선이었다”고 부정적 시각을 일축했다.

이자람은 또 사천가, 억척가를 무대에 올리면서 ‘맨땅에 헤딩하듯’ 익힌 노하우를 언젠가는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이자람 아니면 누가 해?’라는 말은 곧 이자람이 하지 않으면 그 일이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과 같은 뜻이라는 것. “제가 사천가, 억척가를 만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본능이 이끄는 대로 했어요. 좌충우돌 많이 했죠. 후배들은 시행착오를 덜 겪으면서 대중성 있는 판소리 무대를 만들었으면 해요.” 그는 자신이 쌓아온 ‘방법론’을 공유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또 해보고 싶은 꿈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다부지게 말한다. “꾸준한 활동으로 얻은 경험치를 토대로 순도 100%의 이자람표 창작작품을 언젠가는 해보고 싶어요.”

▶유키구라모토와 함께 협연… 해외무대까지 활보한다. 언젠가는 이자람표 창작무대 만들고파=이자람은 오는 3월, 10주년을 맞은 통영국제음악제에서 피아니스트 유키구라모토와 한 무대에 선다. “KBS 관현악단이 제 보컬에 맞춰서 흥보가의 박 타는 부분을 판소리가 아닌 노래로 만들고, 피아노 편곡도 바꿔요. 유키의 반주에 맞춰 제가 노래를 부르는 거죠.” 이자람의 통영국제음악제 출연은 서울대 국악과 김승근 교수가 음악제 기획을 맡으면서 이뤄지게 됐다.

이자람은 올 한 해 해외 무대까지 활보한다. 오는 11월로 예정돼 있던 프랑스 투어공연은 유럽 재정위기로 취소됐지만 더 의미 있는 해외 공연이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인생 자체가 ‘호사다마’였기 때문에 좋은 일이 있어도 크게 호들갑을 떨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사실 판소리 무대를 해외에서 갖는다고 해도 소녀시대처럼 크게 알려지는 것도 아니고, 그 현장에 있는 200~300명에게 공연을 선보이는 정도예요. 외국 공연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담담한 마음으로 임하는거죠.”

판소리에 뿌리를 두고 다른 장르에까지 줄기를 내뻗으며 다양한 무대를 누비느라 이자람이 보컬로 있는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앨범 작업은 다소 더디다. “이미 7곡 정도 합주녹음이 진행됐고 앞으로 보컬을 입혀야 해요. 3곡 정도 더 나오면 따끈따끈한 앨범이 발매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황유진기자@hyjsound>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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